'비목' 장일남교수, 교수임용 비리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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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교수 채용과 체육 특기생 선발을 명목으로 거액의 금품을 챙긴 대학 교수 3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金佑卿)는 3일 교수로 임용시켜주겠다며 돈을 받은 한양대 음대 객원교수 장일남(張一男.68).배화여대 관광중국어통역과 교수 우동완(禹東完.46)씨 등 2명을 사기 및 배임수재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또 체육 특기생으로 특채해준 뒤 학부모로부터 돈을 챙긴 고려대 사범대 체육학과 김상겸(金相謙.65)교수를 배임수재 혐의로, 金교수에게 돈을 건네준 정모(50)씨 등 2명은 배임증재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張씨는 1973년부터 97년까지 한양대 음대 교수로 지내며 '비목' '기다리는 마음' '오페라 춘향전' '원효대사' 등을 작곡한 한국 음악계의 대표적 인물이다. 金교수는 대한체육회 부회장과 대한스키협회 회장을 지낸 체육계 원로 인사다.

검찰에 따르면 張씨는 정규 교수직에서 물러나 교수임용 관련 권한이 없었던 98년 2월 바이올리니스트 李모(40.여)씨에게 "한양대 음대 교수로 임용시켜주겠다" 며 로비자금 명목으로 1억원을 받는 등 이듬해 1월까지 일곱차례에 걸쳐 모두 2억1천만원을 챙긴 혐의다.

張씨는 특히 협연했던 李씨 어머니(69)에게 접근, "딸의 실력이 대단하니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교수로 채용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보자" 며 먼저 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73년부터 97년 2월까지 교수로 재직한 張씨는 받은 돈을 퇴직 후 개인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면서 발생한 개인 빚 변제와 경비로 사용했으며, 학교측에는 로비를 하지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禹교수는 관광중국어통역과 학과장으로 있던 95년 8월 대학 후배인 李모(43)씨에게 "돈을 주면 교수로 채용해주겠다" 며 2백만원을 받는 등 모두 네차례에 걸쳐 6천7백여만원을 챙겼다.

이로 인해 당시 중국 톈진(天津) 중의학원에서 유학 중이던 李씨는 학업을 중단해야 했으며, 4년이 지나도록 직업을 갖지 못했다. 돈을 마련해준 李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낭인 생활에 충격을 받고 화병으로 올 3월 숨지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돈을 준 李씨에게도 배임증재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었으나 공소시효(3년)가 지나 불입건했다고 설명했다.

金교수는 고려대 체육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던 98년 국가대표 수중발레 선수인 정모(20)씨 등 2명을 체육 특기생으로 내정한 뒤 사례금 명목으로 2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관계자는 "張.禹교수의 경우 액수가 많고 적극적으로 돈을 요구한 점이 인정돼 구속했으며, 金교수는 액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돈을 되돌려 준 점 등을 감안해 불구속했다" 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중간에 브로커를 두고 부정이 저질러졌던 종래의 교수 채용 및 입시비리 사건과는 달리 이번에는 교수들이 직접 나서 부정을 제의하고 돈을 받았다" 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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