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의 세계] 59. 현빈일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우리의 전통선도는 '현묘지도(玄妙之道)' 라고도 불린다.

신라의 대학자 고운 최치원(孤雲 崔致遠)은 유불선(儒.佛.仙)을 아우르는 것이 '현묘지도' 라고 했다.

다시말해서 유가(儒家)와 불가(佛家)그리고 선가(仙家)의 원리가 모두 '현묘지도' 에 내포돼 있다는 이야기다.

'현묘지도' 의 '현' 은 '검은것' '아득함' '고요함' 을 뜻하는 것인데 '하늘' 또는 '우주' 의 신비로움을 상징한다.

'묘' 라는 글자는 하늘과 우주의 신비로움이 '교묘하다' 고 해서 덧붙여진 것이다.

따라서 '현묘지도' 란 '현묘' 의 길(道)또는 현묘를 깨닫는 가르침이라 하겠다.

'현묘' 를 아는 방법의 키워드는 이른바 '현빈일규(玄牝一竅)' 이다.

'현빈일규' 에서 '현' 은 곧 하늘(天)을 뜻하고 '빈' 은 땅(地)을 의미한다.

'현' 은 양(陽)을 상징하고 '빈' 은 음(陰)을 나타낸다. '일규' 란 '한구멍' 을 말한다.

'현빈일규' 를 한묶음으로 풀이하면 '천지를 꿰뚫은 한구멍' 이라는 뜻이 된다.

한데 '천지를 꿰뚫은 한구멍' 의 참뜻은 과연 무엇일까. 선도에서는 '규' 즉 '구멍' 이라는 글자를 수련에 의해서만 열릴수 있는 것으로 규정한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일반적인 '혈(穴)' 즉 '구멍' 과 엄격하게 구분한다.

따라서 '현빈일규' 의 '일규' 는 수련의 결과 얻어진 '한구멍' 을 뜻하는 것이다.

그 '한구멍' 이 천지를 관통한 것이 바로 '현빈일규' 인 셈이다.

말하자면 하늘기운과 땅기운이 사람몸속에서 합일 하는 '한구멍' 을 여는것이 '현빈일규' 라는 이야기다.

선도수련에선 이 '한구멍' 이 열리면 백규개통(百竅皆通)즉, 모든 구멍이 뚫리는 최고의 경지에 들어선다고 가르친다.

석가, 노자, 공자도 바로 '현빈일규' 를 얻으므로써 대도(大道)를 이루었다고 한다.

이들 삼성(三聖)은 결국 '현' 으로 표상되는 진기(眞氣)와 '빈' 으로 대표되는 진정(眞精)의 묘합(妙合)으로 '한구멍' 을 열어 인류의 스승이 된 셈이다.

'한구멍' 은 안타깝게도 육안(肉眼)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현빈일규' 엔 이설(異說)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정도(正道)로 수련하면 그 '한구멍' 이 어느자리인지 확인할수 있다.

마치 삶은 달걀을 까보면 오목들어간 빈 공간이 있듯 분명한 '한구멍' 을 감지할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선도에선 이 '한구멍' 을 '빈궁(牝宮)' 또는 '빈부(牝府)' 라고도 한다.

'기' 와 '신' 이 머무르고 교감(交感)하여 오르내림(升降)이 그치지 않는 곳이라는 뜻으로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규행 <현묘학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