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 “데뷔 20년, 첫 한국 순회공연 제가 결정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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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국내 투어에 나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오른쪽)이 피아니스트 앤드류 폰 오이엔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이번 전국투어는 11일 안산을 시작으로 28일 서울까지 전국 10개 도시에서 펼쳐진다. [뉴시스]

‘드레스의 딜레마.’ 10여 년 전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29·한국명 장영주)을 괴롭혔던 것이다. 그는 9세에 빨간 어린이용 드레스를 입고 뉴욕에서 완벽한 데뷔 연주를 마쳤다. 미국 공영방송사 PBS는 사라 장을 주제로 ‘영 비르투오조(젊은 거장)’라는 특집 다큐를 제작했다. 4분의1 사이즈의 유아용 악기를 든 그가 흠결 없고 날카로운 연주를 하는 모습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음악계를 경악시켰다.

“18~19세가 됐을 때, 연주 때마다 드레스가 문제였어요. 몸은 이미 어른인데, 어른스러운 연주복을 입으면 주위 사람들이 적응을 하지 못했죠.” 전국 순회 연주를 위해 내한한 그는 7일 기자와 만나 화려한 ‘천재’의 뒤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저를 관리하는 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어요. 일부는 ‘신동의 이미지를 유지하자’고 했고, 다른 한 편에서는 ‘성숙한 연주자의 모습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그래서 당시의 사진 중에 마음에 안 드는 것이 굉장히 많아요.” 그가 큰 웃음을 터뜨렸다.

지휘자 주빈 메타가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 칭하게 만든 그의 데뷔 연주는 1990년 1월 13일이었다. 내년이면 꼭 20년이다. 사라 장은 “그 무대가 정확히 기억이 나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연주하고 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9세의 데뷔=사라 장은 “데뷔 당시 연주자로서 삶이 어떨 것이라고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며 “그때 누가 경고를 해줬으면 어떻게 됐을까요?”라며 되레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가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집에 올해 머물렀던 날은 단 엿새. 한해 평균 연주가 100여 회. 그나마 5년 전에 비해 20여 회 줄어든 수치다.

미국과 전세계의 음악계를 놀라게 했던 뉴욕 데뷔 연주는 그의 말처럼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시작됐다. 연주 제의를 받은 것은 공연 하루 전이었다. “지금도 정확히 기억나요. 오디션을 본 게 목요일이고, 금요일에 주빈 메타에게 전화가 왔어요.” 토요일에 열리는 공연에 협연자로 함께 연주하자는 전화였다. 메타는 당시 예정돼있던 바이올리니스트를 공연 하루 전 바꾸면서 사라 장을 발탁했다.

“지금 같으면 절대 안 한다고 했을 거에요. 너무 위험이 크죠. 하지만 그때는 잠시도 생각하지 않고 하겠다고 했어요.” 세계의 음악계를 움직이는 지휘자 메타와의 무대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유명한 사람이라는 것만 알았죠. 하지만 무대에 서서 음악만 생각할 수 있는 게 흥분될 뿐이었어요.” 그래서 그는 “연주 경력을 통틀어 가장 쉽고 즐거웠던 때가 데뷔 시절”이라고 말했다.

“당시 저는 음악계에서 가장 새로운 얼굴이었고, 신기한 존재였죠. ‘신동’이고 ‘천재’라고 하면 모든 일이 쉽게 흘러갔어요. 지난 15년은 이 꼬리표를 떼기 위해 노력했던 기간이었어요.”

이후 그는 ‘천재’가 아닌 음악가와 연주자로만 보이기 위해 음악에 더 집중해야 했다. “저라는 인간 자체는 전혀 특별하지 않아요. 하지만 연주에 영향을 주는 데 있어서 만큼은 상당히 까다로운 사람이죠.” 그는 지금도 연주 후 부족했던 부분을 꼼꼼히 체크해 바꾸는 데 온 힘을 쏟는다. 자유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다.

◆29세의 변화=사라 장은 “지금이 또 한 번의 변화기”라고 말했다. 10여 년 전 신동에서 어른으로 성장했다면, 이제 진정 자기 음악의 주인이 됐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달 발매된 18번째 앨범(브람스·브루흐 협주곡)을 두고 “100% 내 뜻에 따라 만든 첫 음반”이라며 뿌듯해했다. “이번에 함께 연주한 지휘자 쿠르트 마주어와 11살 이후로 매년 같이 무대에 섰어요. 수년 전부터 브람스 협주곡을 하자고 부탁했는데 ‘아직 이르다’며 거절당하다 올해에 승낙을 받았죠. 어디에서, 어떤 오케스트라와 녹음할지도 제가 다 결정했어요.”

11일 안산을 시작으로 전국 10개 도시를 도는 연주회도 그가 주장해서 성사된 일이다. 그가 한국에서 이처럼 긴 연주 여행을 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꼭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한국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해 총 100회 중에 한두 번만 한국 연주였으니까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연주 횟수와 휴식 기간 등을 앞으로 제가 조정하려 해요.”

사라 장의 블랙베리 휴대전화에 들어있는 ‘친구’의 전화번호는 모두 2000여 개. 지역별로 통하는 기계도 여러 대 가지고 다닌다. 연주 여행 때문에 한 곳에 머물러있지 못하는 그가 선택한 방법이다. “아마 연주자로서 지금처럼 살게 될 거라고 9살이던 저에게 누군가 말해줬다면 바이올린은 안 했을지도 모르죠.”

그는 잠시 생각한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도 음악계에는 있었을 거에요. 엔터테인먼트를 좋아하고 한 곳에 푹 빠져드는 제 성격과 딱 맞으니까요.”  

김호정 기자

◆사라 장 전국순회 리사이틀=11일 안산, 12일 대전, 14일 창원,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17일 수원, 19일 전주, 21일 광주, 22일 구미, 24일 의정부, 26일 제주,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02-541-6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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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바이올린연주가

198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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