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는 효자’ 돈 벌어 체육예산 절반 넘게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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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스포츠토토는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함께 스포츠 꿈나무 육성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지원한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스포츠토토가 피겨 퀸 김연아를 초청해 열린 행사 장면. [중앙포토]

사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어와 집안을 먹여 살리는 효자가 있다. 그런데 집안에서는 “돈을 너무 많이 벌지 마라. 더 벌면 혼난다”고 다그친다. 체육진흥투표권인 스포츠토토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실제 상황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공단)으로부터 토토 발행 사업을 위탁받은 (주)스포츠토토는 지난해 3332억원을 공단에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냈다. 이 돈은 공단이 조성한 전체 기금(4112억원)의 8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올해도 스포츠토토는 3604억원을 공단에 내 공단 기금의 80% 이상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인 체육진흥공단은 이 기금을 스포츠 인프라 확충과 저소득층·장애인 체육활동 지원 등에 요긴하게 썼다. 빙상·수영 등 비인기 종목에도 지원해 김연아·박태환 같은 세계적인 스타를 키우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올해 정부의 체육 관련 예산 5803억원 중 국고는 2135억원으로 전체의 37%에 불과하다. 63%는 스포츠토토가 조성한 공단의 기금이다.

그런데 2007년 출범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 사감위는 올해부터 카지노·경마·복권 등 6개 사행산업의 1년 매출 상한선을 정했다. 토토는 올해 1조5353억원까지만 팔라는 공문을 받았다. 지난해 1조638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토토는 11월 말 현재 이미 매출 제한을 넘어섰다.

그래서 스포츠토토는 부랴부랴 매출액 줄이기에 나섰다. 직원들은 ‘베팅 대상 경기 수 축소’ 등 매출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짜느라 골몰하고 있다. 토토는 스포츠 경기의 결과를 예측해 소액을 건 뒤 결과를 맞히면 소정의 배당금을 받는 베팅 게임이다. 일종의 스포츠 레저다. 유럽을 비롯해 스포츠 선진국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다. 국내에는 프로야구·축구·농구·배구, 유럽 축구 등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한다. 문제는 사감위가 스포츠토토를 사행산업으로 분류해 지속적인 규제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감위는 지난해 11월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을 확정하고 국내총생산(GDP)의 0.67% 수준인 사행산업 총매출 규모를 2013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58%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올해부터 ▶경마 7조2742억원 ▶경륜 1조8304억원 등으로 매출 상한액을 제한했다.


이에 대해 스포츠토토 측은 “중독성과 사행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토토를 다른 사행산업과 같은 기준으로 규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미 문화부가 ‘1년에 토토 발행 회차는 1000회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제한을 뒀는데 그 위에 사감위가 또 하나의 규제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올해의 경우 프로야구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야구 토토 매출이 크게 늘었다. 야구팬이 늘면 토토 구매자도 함께 늘게 마련인데 스포츠토토 입장에서는 ‘야구팬이 늘지 않거나 야구팬이 토토를 너무 많이 하지 않기를 바라야 하는’ 모순에 빠지게 됐다.

사감위는 직제상 국무총리실 산하지만 예산은 문화부에서 지원받는다. 정직원의 상당수가 문화부에서 파견 나왔다. 스포츠토토가 올해 매출 상한액을 넘어서게 되면 그 액수만큼 내년 매출 총액을 삭감 당하거나 사업자 부담금이라는 명목의 ‘벌금’을 내야 한다. 사감위 기획총괄팀 신호석 과장은 “사행산업이 지나치게 과열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문화부 체육정책과 박위진 과장은 “국고로 해야 할 스포츠 진흥 업무를 스포츠토토가 대신 해주고 있다”며 “토토가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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