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안 부각…미국-쿠바 해빙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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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여섯살짜리 쿠바 난민 소년 엘리안의 체온이 오랫동안 냉각돼 온 미국.쿠바 관계를 녹일 수 있을까.

미국 정부가 일부 여론의 비난을 무릅쓰고 엘리안을 쿠바로 돌려보내려는 조치를 강행하자 미국에선 양국의 해빙 가능성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앙숙인 미국과 쿠바는 엘리안 사건에선 이례적으로 주파수를 잘 맞춰왔다. 우선 두 나라는 엘리안을 쿠바의 아버지에게 돌려보내야 한다는 원칙을 공유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 나라가 어떤 문제에 의견일치를 본 첫번째 케이스로 꼽는다.

엘리안은 두 나라간 접촉도 강화했다. 지난해 11월 엘리안이 미국 바다에서 건져진 이래 외교관계가 없는 양국 실무진은 거의 매일 의견을 나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엘리안을 쿠바로 돌려보내야 하며 미국이 쿠바와 외교관계를 다시 맺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현재 대 쿠바 경제제재에 대한 찬반 양론도 분분하다.

비판론은 "봉쇄조치가 피델 카스트로 축출에 효과가 없었고 대신 쿠바 국민에게 어려움만 안겨줬다" 는 논리다. 지지론자들은 "그렇게 안했다면 카스트로가 교역에서 얻은 달러로 독재정권을 더욱 강화했을 것" 이라고 반박한다.

미 관리들은 최근 분위기라면 봉쇄조치에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장벽이 많다. 제재를 풀려면 연방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쿠바에 대해 보다 엄격하다. 카스트로가 민주적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오는 11월 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시 의회를 장악하면 '엘리안 해빙' 가능성이 더 줄어들지 모른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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