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간 거북선모형 만들어온 임종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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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을 하루 앞둔 27일 오전 서울 중랑구 면목동 단독주택 옥상에 마련된 2평짜리 작업실. 10여분간 거북선 몸체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임종수(林宗洙.47)씨는 만족스러운듯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한달만의 공사가 비로소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4백년전 거북선을 완벽하게 재현하는데 지난 사반세기를 바쳐온 그를 주위에선 '현대판 조선 장인' 이라고 부른다. 기계정비를 전공해 배 만드는 게 취미였던 林씨는 1970년대 중반 해군으로 복무하면서 거북선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제대 후에도 틈틈이 전국의 전시관과 박물관을 돌며 거북선을 감상하곤 했다.

하지만 복원된 거북선 모습이 천차만별인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인양된 거북선이 한 척도 없고 구조를 정확히 설명해 놓은 고증자료마저 거의 없어 학자들마다 해석이 제각기 달랐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관광지에 전시된 모형은 주물로 찍어내 세밀한 묘사가 전혀 안돼 있어 외국인 관광객에게 거북선의 우수성을 제대로 알릴 수 없었다.

林씨는 84년 "내가 직접 만들어 보겠다" 고 결심했다.

집 옥상에 작업실을 마련한 뒤 전국을 돌며 관련 사료와 서적을 모조리 수집.독파했다. 전장 45㎝짜리 거북선 모형을 만드는 데 거쳐야 하는 공정은 무려 1백5번이고 소요되는 나무 부품은 2천9백69개. 일반 군함 4~5개 만드는 공력이 소요됐고 한 척 완성하는데만 서너달씩 걸렸다.

하지만 '정확하게 재현한다' 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거북머리 부분에 대포가 있었는지, 노가 8개였는지 10개였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았다. 이중 하나만 바뀌어도 배의 골격 자체를 새로 짜야 했다. 기껏 완성했다가도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포기했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새 작업실에 매달려온 林씨는 결국 98년 11월 퇴직한 뒤 옥상 작업실에서 거북선과 일생을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

지금까지 林씨가 만든 거북선은 모두 70여척. 林씨는 "올초부터 조심스레 관광지에 선보였는데 외국인 관광객들의 반응이 상상외로 좋아 다음달에는 첫 전시회도 가질 예정" 이라고 말했다.

글〓박신홍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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