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해성역 실제인물 윤송이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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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2월, 만 24년 2개월에 불과한 나이로 미국 MIT대 미디어랩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윤송이씨(1975년 12월 생).

그가 최근 MIT대학으로부터 "이곳에서 강의를 하지 않겠느냐" 는 제의를 뒤로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오랫동안 꿈 꿔온 일을 고국에서 해보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최연소 박사로 알려진 이는 95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만 24년 10개월의 나이로 물리학 박사를 받은 김용진(30)씨. 윤씨는 미국에서 박사를 받았다는 점이 다르지만 나이는 윤씨가 8개월 젊다.

윤씨는 이미 대중과 친숙한 인물. SBS 인기드라마 '카이스트' 에서 탤런트 이나영씨가 맡고 있는 해성역의 실제 모델이기 때문이다.

세상 물정에는 다소 어둡지만 천재적인 사고력을 발휘하는 캐릭터의 주인공. 교내 식당에서 갑자기 고민하던 문제의 해결책이 떠오르자 들고가던 식판을 바닥에 떨구고 연구실로 향하는가 하면 밤에 혼자 운동장 바닥에서 3시간씩 땅따먹기를 하는 엉뚱하지만 집중력이 탁월한 대학생으로 소개됐다.

'카이스트' 의 김경룡 PD는 "해성 역의 소재는 카이스트 학생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송이씨의 학창 생활 에피소드를 드라마에 맞게 윤색한 것" 이라고 소개하고 "이 역할은 드라마의 학생 주인공 중 유일한 실제 인물" 이라고 밝혔다.

웬만한 또래들이 대학을 다닐 나이에 박사가 된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진 정상속도로 다녔다.

그러니까 '고속행진' 이 시작된 것은 서울 과학고에 진학하면서부터. 3년 과정을 2년 만에 졸업하고 곧바로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과에 입학한다. 4년의 학부 과정을 3년6개월만에 그것도 수석으로 졸업했다.

이어 선택한 것이 미국 유학행. 96년 9월 MIT대를 선택, 전공도 뇌 인지과학으로 바꾼다.

그리고 남들이 6~8년씩 걸린다는 석박사 과정을 3년 반만에 끝낸다. 세계적 석학 니콜러스 네그로폰테가 소장으로 있는 MIT대 미디어랩은 컴퓨터 제어 악기, 홀로그래피 비디오 등 '인간처럼 사고할 줄 아는 기계' 를 연구하는 곳으로 이 분야의 세계적 권위을 자랑하는 곳이다.

"문화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막연한 얘기같지만 예컨대 이런거에요. 소니가 워크맨을 만들어 걸어다니면서 음악을 듣는다는 문화를 만들어낸 것처럼 기술과 인간의 이해가 결합돼야 만들 수 있는 문화들 말입니다. "

앞으로의 꿈이 뭐냐는 질문에 나온 대답. 공학도 출신으로 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 의외다. 그러나 기계와 인간을 모두 알아야 가능한 그의 소망은 이제 틀을 갖춰가고 있다.

학부시절 기계를 공부했고 박사 과정에선 사고하는 기계를 연구했다. 이제는 사람을 이해할 차례다. 그래서 그는 최근 미국계 경영컨설팅 회사 맥킨지의 한국지사에 입사했다. 컨설턴트로 사람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전력하겠다는 것이다.

스승인 KAIST 이수영 교수는 "송이는 머리도 뛰어나지만 전형적인 노력형인 만큼 관심있는 일이라면 기어코 해내고 마는 스타일" 이라며 제자의 추진력을 높이 산다.

일찍 박사가 된 탓에 공부만 하는 이로 보이지만 대학시절 체임버오케스트라 바이올린 주자, 그림 동아리 회장을 맡을 정도로 활동적이다. 세상 물정에 어둡다는 드라마의 설정을 무색하게 만드는 윤씨의 면모다.

"지금 배우는 경영을 이해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겁니다. 하지만 두고 보세요. 저만이 창조할 수 있는 신개념의 문화를 꼭 만들고 말겁니다. "

윤씨는 박사이기 이전에 밝고 패기있는 젊은이의 모습 그대로다. 한국증권금융주식회사에 근무하는 윤호식(52)씨와 서예가 이지숙(50)씨의 장녀로 서울대 분자생물학과 4학년인 동생이 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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