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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곰 사냥 즐기는 광활한 삼림 그 밑엔 모든 원소가 묻혀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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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호 10면

오스케멘 공항에서 차로 40여 분 달리면 나오는 스키·사냥·스포츠 리조트 ‘이줌루드느이(에메랄드) 알타이’. 스키 슬로프 주변에 빽빽한 전나무 숲이 펼쳐진다. [이줌루드느이 알타이 제공]

카자흐스탄 제1의 도시인 알마티. 지난달 25일 도심에서 약간 벗어난 티미랴제바의 홀리데이인호텔은 현지 기업인들로 북적였다. 한국·카자흐스탄 기업인 교류 행사인 ‘비즈니스 카라반’ 참석자들이다. 3층 세미나룸에 현지 기업인, 특히 동카자흐스탄에서 날아온 기업인 20여 명이 모였다. 맞은편에는 이병화 주카자흐스탄 한국대사가 앉았다. 기업인 대부분은 관광과 관련된 사업자다. 카자흐스탄 14개 주 가운데 알타이산맥 바로 아래 위치한 동카자흐스탄주의 지리적 특성 때문인 듯했다.

또 하나의 알타이, 동카자흐스탄을 가다

관광리조트인 ‘겜마’를 운영하는 블라디미르 글리모프 사장이 설명을 시작했다.
“사업 확장을 위한 휴양소 리모델링 사업과 스키장 건설에 투자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 사슴과 말도 키우고 있다.” 그는 스키장 리프트 건설의 소요비용을 설명하고 10년 내에 투자금을 완전히 회수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투자자를 구한다고 했다.

키는 1m65㎝ 정도였지만 단단해 보이는 눌란 록타노프 사장은 자신을 알마티에서 1100㎞ 떨어진 동카자흐스탄에서 왔다고 소개했다. “동카자흐스탄 누치시가메노르스크에서 ‘카라가이 디어 파크’를 운영한다. 사슴을 키우고 녹용을 생산하는데 녹용 추출물이 늘어간 음료를 비롯한 가공품을 생산, 한국에 수출하고 싶다. ” 그의 목표도 자신에게 투자할 한국 식음료 업체를 찾고 있었다.

다음 날 현지 사업가들이 왔다는 동카자흐스탄으로 날아갔다. 목적지는 주도인 오스케멘(러시아어 표기는 우스티카메노고르스크)이다. 알마티를 떠난 지 1시간30분, 하늘에서 본 오스케멘은 두 개의 강이 감싸고 있었다. 울바강과 이르티시강이다. 강물을 제외하면 온통 백색이다. 시베리아의 시작이면서 카자흐스탄의 알타이다.

“카나흐스탄은 처음이오?”

공항에서 함경도인지 평안도인지 분명치 않지만 이북 억양의 인사를 건네는 노신사가 있었다. 현지 고려인협회를 만들고 키워 왔다는 광성 칼리지 교장 강 니키포르(72)다. 그는 2000년까지 동카자흐스탄 국립대 인문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주정부에서 대외업무를 맡고 있는 아산 바지로프가 안내를 자처했다.

공항을 벗어나자 곧바로 공장지대다. “저건 티나늄 공장, 아연 공장, 구리공장….” 도로변으로 이어지는 공장의 굴뚝에 은빛 자작나무 사이로 보이는 분홍빛 노을이 무색해진다. 공장을 설명하던 아산은 “동카자흐스탄은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에 있는 것이 모두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자랑하듯 얘기한다. 울바-메탈로지카사는 우라늄의 농축을 제외한 변환·성형을 할 수 있는 세계 4개 공장 중 하나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담장을 무장한 군인들이 지켰다고 한다. 아시아-오토사에서는 러시아의 라다, GM대우의 라세티를 조립한다.

20여 분쯤 지나자 자동차는 눈 쌓인 산길로 접어들었다. 줄지어 있던 굴뚝은 사라지고 길 옆은 화살촉마냥 미끈하게 뻗어 오른 전나무 숲으로 바뀌었다. 그들은 알타이의 자연을 보여 주고 싶어 했다. 아산은 “동카자흐스탄은 사막·강·호수·산과 같은 관광자원을 모두 갖춘 곳”이라고 설명했다. 통역을 맡은 현지 고려인 최마리나씨는 “오스케멘은 큰 돌 앞에 있는 도시라는 의미며 도심에서 한 시간 정도만 가면 울창한 숲이 나온다”고 했다.

40여 분쯤을 달렸을까. 어둠 속에 오두막집 같은 것이 몇 채 보였다. 스키·사냥·스포츠 리조트인 ‘이줌루드느이(에메랄드) 알타이’다. 관리인과 눈밭을 껑충거리며 달려오는 개 두 마리가 일행을 반겼다. 아직 개장하지 않았고 이미 해가 진 시간이어서 사람이 없었다. 리프트 시스템은 T바가 하나 있을 뿐이었다. 그걸 타고 올라가 4개의 슬로프로 내려온다고 한다. 오두막과 사우나(이곳 사우나는 소파와 침대·풀·사우나 도크를 갖춘 콘도 같다)를 보기 위해 움직이는 길에 쌓인 눈은 이미 발목을 삼킨다. 관리인은 “20㎝ 정도 눈이 더 오면 개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리조트는 270㏊ 부지의 시설을 현대화할 투자자(190만 달러)를 찾고 있었다.

오스케멘에 있는 스포츠센터 프리마 조디악에서 늦은 저녁식사가 시작됐다. 안 제냐(51) 카자흐스탄 국립기술대 부총장은 고려인이다. 주정부의 고위 관료였던 그는 한국과 동카자흐스탄의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카자흐는 자원과 자연이 부유한 나라다. 동남아와 관계를 맺고 싶은데 특히 한국이 중요한 파트너가 됐으면 좋겠다. 한국은 기술, 우리는 자원이 있어 초기 단계지만 윈윈할 수 있다.”

강 니키포르가 이야기를 이었다. “ 오스케멘에서 북서쪽으로 400㎞ 정도 가면 알타이 산맥이다. 관광상품은 사냥·낚시·래프팅·스키·자연환경치료 등이 될 수 있다. 한국이 동카자흐스탄의 관광개발 파트너가 됐으면 한다.” 그는 동카자흐스탄 국립대 부총장을 지낼 때 관광 관련 자료를 만들고 강의도 했다.

한국인으로 현지에서 9년째 볼링장과 건설업을 하는 임만호 사장은 “이곳에서의 낚시나 사냥은 특별하다”며 “보통 사슴 농장이라고 하면 산 하나가 농장”이라고 말했다. 한나절이면 수십㎏의 송어를 낚을 수 있고, 사슴은 물론이고 곰을 잡기도 한다고 임 사장은 전했다. 전날 알마티에서 왔던 현지 기업인들이 생각났다. 그들은 사슴 농장을 하고 리조트 건설 계획이 있었다. 오스케멘에서 500㎞가량 떨어진 알라콜 호수에서 휴양소 개발을 추진 중인 ANA사는 서울 여의도 면적(840㏊)의 두 배 가까운 1500㏊를 개발할 투자자를 찾고 있었다.

카자흐스탄은 한국에 대해 특별히 감정이 있다. 이병화 주카자흐스탄 대사는 “이곳 문화공보장관을 만났을 때 ‘귀하는 단순히 카자흐스탄에 온 게 아니고 알타이 지역에 살던 조상에서 나온 형제들의 땅에 온 것이다. 알타이 산맥의 서쪽으로 이동한 사람이 카자흐인이고 동쪽으로 이동한 사람이 한국인으로 불린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그런 느낌은 언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예컨대 박수무당에서 박수가 카자흐말로는 샤먼이란 뜻이다. 이렇듯 발음이나 뜻이 비슷한 단어가 200여 개이고 카자흐말은 어순이 우리말과 같다. 이 대사는 “한국·카자흐스탄·몽골 3국이 문화의 유사성을 기반으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갈림 무타노프(52) 카자흐스탄 국립기술대 총장은 “지하자원이 많아 야금 기술은 세계적”이라며 “기술대의 테크노파크에서 개발한 야금기술을 러시아의 군과 이스라엘에 수출했다”고 공개했다. 갈림 총장은 “한국 기업과도 그런 관계가 맺어지길 원하고 한국의 호서대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고 고려대와도 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자흐스탄의 알타이 동카자스흐탄에서는 한국인 투자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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