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만대통령 국제사회 화려한 복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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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쿠바 소년 엘리안 곤살레스가 강제로 아버지에게 넘겨진 것을 놓고 미국 전역이 떠들썩한 가운데 이번 파동의 가장 큰 수혜자는 피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이라고 미 언론들이 24일 일제히 지적했다.

재닛 리노 미 법무장관과 미 정부가 '리틀 아바나(쿠바 수도)' 로 통하는 마이애미의 쿠바계 난민들로부터 비난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선 카스트로 대통령은 쿠바에서 다섯달 동안 대대적으로 벌어진 엘리안 송환 시위를 충분히 이용했다.

명분은 자식을 부모에게 돌려보내야 한다는 인도주의였다.

이를 통해 카스트로는 국민의 단결심을 높이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도 강화했다.

그뿐 아니다.

엘리안 파동을 통해 미 행정부와 마이애미의 쿠바 난민간에 갈등이 조성된 것도 카스트로의 입장에선 큰 소득이다.

마이애미의 쿠바계 난민들은 40여년간 카스트로를 '독재자' 로 비난하며 자신들은 '자유의 투사' 라고 주장해왔다.

난민들은 반공을 앞세워 미국과 쿠바와의 관계개선을 극력 막아왔다.

그러나 이번 파동을 계기로 미 행정부와 쿠바계 난민 사이엔 쉽게 풀기 어려운 갈등이 생겼다.

카스트로는 또 엘리안 사건이 불거지면서 국제사회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오랫동안 카스트로에게 냉담했던 미국 TV는 연일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방영하고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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