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안 낳는 사회] 3. '국민연금 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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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나라에 '국민연금 마을'이 있다. 경북 청도군 운문사 가는 길목의 박곡마을(금천면). 이 마을 103가구의 절반이 넘는 56가구가 현재 연금을 받고 있다. 이들은 가구당 월평균 10만원씩 받는다. 1995년 국민연금 제도를 확대할 때 5년 이상만 가입하면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특례노령연금제도의 수혜자들이다.

"매달 꼬박꼬박 연금을 받다 보면 이만한 효자가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식을 한명 더 둔 것이나 다름없지요."

이 마을 이장 박국현(66)씨는 "연금 덕분에 매달 전기.전화 요금 등은 걱정하지 않을 정도"라며 "연금을 받지 않는 노인들이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마을은 30대가 아예 없다. 40대가 2~3명, 50대가 5~6명이며 대부분 60대 이상 노인이다. 지난 10여년간 동네에서 애가 태어난 적이 없다.

박씨는 "우리가 걱정 없이 연금을 받으려면 젊은 사람들이 애를 많이 낳아야 한다"며 "국가가 나서서 출산을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마을에서는 95년 당시 '연금에 들어 뭐하느냐, 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낭설도 돌았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연금을 받기 시작하자 가입하길 잘했다는 분위기로 되돌아섰다.

국민연금관리공단 권오승 홍보실장은 "박곡마을에서 보듯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는 국민연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출산율을 높이고 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해 '연금 개혁'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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