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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안 낳는 사회] 3. 뿌리째 흔들리는 국민연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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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전국의 3600개 어린이집에 총 260억원의 저리 자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잠실에 있는 ‘국민연금어린이집’ 모습. 최승식 기자

요즘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2030세대'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인구(구조)가 점점 역피라미드 형태로 되는데 (20, 30대인)우리는 누가 보험료를 내 노후 연금을 주느냐."(연금 가입자 김종선씨)

"인구가 자꾸 줄어드는데 우리 아이들은 어찌하나. 우리의 노후를 위해 앞으로 그들의 월급 절반을 연금 보험료로 내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연금 가입자 정대웅씨)

이들의 걱정은 거창한 게 아니다. 출산율이 하락해 연금 보험료를 낼 사람이 줄고, 금고가 바닥나면 자신들은 연금을 못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1.19명으로 떨어지자 대뜸 연금제도부터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연금공단의 유동완 사이버 홍보팀장은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저출산은 연금제도의 뿌리를 뒤흔들 '핵폭탄'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 인터넷 세대, 연금 고갈 걱정=현행 연금제도를 그대로 둔다면 2036년부터 적자가 된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그렇게 되면 2047년부터 기금이 고갈돼 지금의 20, 30대부터는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된다.

연금은 현재 60세부터 받을 수 있지만 2030년부터는 65세로 늦춰진다. 그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인터넷 세대인 20, 30대들이 유난히 연금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일부 전문가는 연금 고갈 사태가 더 앞당겨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금 고갈 추정 연도 계산을 2001년 통계청 자료(장래 인구 추계)로 했기 때문이다. 당시 여성 한명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인 합계 출산율을 2005년 1.37명, 2010년 1.36명으로 각각 가정했다. 출산율 하한선은 1.36명으로 잡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2003년 출산율이 1.19명으로 뚝 떨어져 벌써 2005년 가정치(1.37명)가 빗나간 것이다.

연금공단 연구센터의 김순옥 재정추계분석팀장은 "뾰족한 대책이 없는 한 내년 이후 출산율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게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도 최근 국회에서 "국민연금은 출산율에 좌우된다"며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 국민연금이 더 빨리 고갈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연금을 내는 사람과 받을 사람의 '엇박자' 간격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2002년 현재 1620만명에서 2050년께는 1000만명 선으로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반면 연금을 받을 사람은 같은 기간 73만명에서 1000만명 선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가 되면 연금 가입자 1명이 노인 1명의 연금을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되는 셈이다. 현재는 연금가입자 1명이 노인 0.05명을 맡고 있다.

◆ 세대 간 갈등으로 비화=건강보험도 국민연금과 같은 골칫거리를 안고 있다. 올해의 경우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중 노인의 비중은 21.7%로 추정된다. 그러나 2020년에는 42.8%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이후에도 노인 의료비 지출은 지속적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계속 줄 전망이다. 앞으로 젊은층의 건강보험료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한사람(생산 가능 인구)이 부담하는 진료비가 2000년 현재 연간 60만원에서 2080년에는 119만원으로 약 두배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국조세연구원 관계자도 "2047년께는 건강보험료와 연금보험료로 근로자들이 소득의 40%를 부담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민연금.건강보험 문제는 세대 간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연금 재정이 고갈돼 우리는 노후 연금을 못 받을 게 뻔하다. 왜 우리가 노인을 부양하느냐. 연금제도를 아예 없애는 게 낫다."(젊은 네티즌들)

지난 5월 한 네티즌이 국민연금 지급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른바 '국민연금의 비밀' 파동이 벌어졌다. 이는 연금제도 폐지 운동으로 비화됐다. 대한노인회.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 등 노인단체가 맞대응에 나섰다.

"젊은 사람들은 노인이 안 되는가. 대안없는 무책임한 비판은 지금 젊은 세대의 노후마저 불안하게 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런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우리의 저출산-고령화를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향후 50년간 한국 경제의 도전은 저출산과 고령화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김연명 교수는 "저출산에 따른 국민연금 재정난 등을 풀기 위해서는 출산 장려 정책과 함께 현재 수준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김시래 팀장, 신창운 여론조사전문위원,문경란 여성전문기자,신성식.신예리.박혜민.김영훈.김정하.하현옥 기자 <srkim@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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