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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똑똑해야 갈 수 있어요, 거짓말 가르치는 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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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거짓말 학교
전성희 글
소윤경 그림, 문학동네
224쪽, 9800원

풍자동화면서 추리동화다. 거짓으로 포장된 세상, 불신을 가르치는 교육현장을 맘 먹고 고발했다. 배경은 최상위권 학생들만 들어갈 수 있는 국립 특목중 ‘거짓말 학교’다. ‘21세기 연금술’이라는 거짓말을 조직적으로 가르친다. 남 기분이나 맞춰주는 하찮은 거짓말이 아니라, 세계를 뒤흔들고 역사를 바꿀 위대한 거짓말을 가르친다는 학교다.

설정은 황당하지만 디테일은 사실적이다. 경쟁자인 친구에게 책을 빌려주기 싫어 “아직 다 못 봤다”고 말하는 사소한 사례부터 “부산하고 산만한 사람에게 ‘주의력결핍장애’라는 질환을 앓고 있는 것처럼 거짓말하면 가볍게 넘길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라며 의약품 매출을 올리는 비결을 자랑스레 알려주는 졸업생의 성공담까지, 동화 속 거짓말이라 치부할 수 없어 독자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진다.

이 학교의 교육 목표는 ‘거짓말에 대한 거부감 없애기’다. “교육이 아주 잘못됐어요. 자아가 형성되는 아주 중요한 시기에 거짓말은 나쁘다, 거짓말하면 혼난다. 이렇게 가르쳐 놓잖아요? 그런데 다 커서 사회에 나와보니 거짓말 없이는 성공할 수 없지요. 그제야 이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미 늦은 겁니다.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고 뼛속까지 박혀 있는데, 갑자기 어떻게 멋진 거짓말을 해낼 수 있겠어요.” 교장 선생님의 고민 역시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이렇게 거짓말이 절대선(善)인 틀 속에서도 이야기는 ‘무엇이 진실인가’를 추적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입학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세 명의 아이들이 쓰러졌다. 그런데 교장은 이 일을 쉬쉬하려 한다. ‘뭔가 비밀이 있어. ’ 인애와 나영 등 네 명의 아이들이 그 비밀을 파헤치는 일에 나섰다. 흔한 동화의 설정이라면 이후 선명한 선악대결이 펼쳐지겠지만, 여기선 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가 거짓을 말하는지가 오리무중이다. 전선(戰線)조차 그을 수 없는 싸움. 자기 자신까지 속이면서 남을 밟고 올라서려는 비극적인 상황이 진실과 신뢰의 가치를 역으로 보여준다. 올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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