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꽃같은…' 관람료 후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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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화창한 봄날 저녁 초목의 싱싱한 향기를 맡으며 신명난 연극 한편을 즐겨 보자. 관람료는 후불이다.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했다면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재미가 있었다면 알아서 내면 된다.

액수는 제한이 없다. 관람료보다 후원금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고 시시한 작품은 아니다.

민족시인 김지하의 극시(劇詩)를 마당극 개척자 임진택이 각색.연출했다.

26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여의도 공원 야외 무대에서 공연되는 '꽃같은 한사랑-세 개의 사랑이야기'.

마당극.판소리.불교춤 등 전통 예술과 영화.사이코 드라마 등 현대 예술을 결합한 총체적 연희극(演戱劇)이다.

'관람료 후불제' 란 아이디어가 신선하지만 전통의 현대화란 시대적 의미도 크다.

이윤택의 '일식' 과 함께 지난해 문화관광부가 주관한 전통연희개발 작품에 선정됐었다.

극 내용은 '삼국유사' 에서 따왔다.

배경은 신라시대지만 현재의 시각에서 과거를 돌아보면서 자연과 인간의 소통(첫째 마당 '교감' ), 남녀 사이의 완전한 사랑(둘째 마당 '헌화' ), 환경파괴와 생명문제(셋째 마당 '상생' ) 등 우리 시대의 과제를 경쾌하게 풀어낸다.

연출가 임진택은 "과거와 현재를 한 마당에서 공존, 혹은 충돌시켜 2000년대를 전망할 생각이다" 고 말한다.

이런 묵중한 주제를 접어 두고라도 가족이 함께 봄나들이 가는 것 하나로도 훌륭한 문화 체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0346-592-5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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