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영화] '나쁜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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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나쁜'이라는 단어를 끌어다 쓴 제목처럼 이 영화는 도발적이다. 교회의 권위가 여전히 서슬퍼런 가톨릭 국가 스페인에서 신부가 신학교에 다니는 어린 소년을 성추행한다는 모티브도 그렇지만, 16년 후 어른으로 성장한 소년이 위험한 복습에 빠져든다는 설정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교회 고발에 초점이 맞춰진 재미없는 영화이거나, 자극적인 소재로 한몫 보려는 얄팍한 영화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금지된 욕망과 그 욕망이 야기하는 가혹한 결과를 아름다운 영상과 매혹적인 선율에 녹여 보여주는 재미있는 문제작이다.

감독이 된 28세 청년 엔리케 앞에 어린 시절 신학교 친구였던 이나시오가 앙겔이라는 이름의 배우가 돼 나타난다. 이나시오는 어린 시절 자신들에게 '나쁜 교육'을 행한 마놀로 신부를 향한 증오와 복수, 음모와 살인이 담긴 시나리오를 엔리케에게 건넨다. 은밀한 우정을 쌓던 둘의 관계가 이나시오를 사랑하는 마놀로 신부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던 실화와 허구가 뒤섞인 시나리오에 매료된 엔리케는 이를 영화화하기로 한다. 그러나 이나시오의 고향집을 찾은 엔리케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관객들이 결말을 짐작할 때쯤 영화는 느닷없는 반전으로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치닫는다. 거듭하는 반전 만큼이나 어린 시절에 벌어진 사실과 여기에서 영감을 얻은 시나리오, 그리고 이를 영화화하는 3중구조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16년 후에도 성추행이 아니라 사랑이었다며 금지된 욕망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마놀로 신부의 캐릭터는 '문 리버'를 부르는 엔리케의 천사 같은 목소리 덕분에, 용납할 수는 없지만 이해할 수 있는 설득력을 얻는다.

올해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내 어머니의 모든 것'(1999)과 '그녀에게'(2002)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신작이다. 신학교에서 무반주로 성가를 부르던 알모도바르 감독의 자전적 성장 배경이 녹아든 작품이기도 하다.

안혜리 기자

나쁜 교육
감독 : 페드로 알모도바르
주연 :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펠레 마르티네즈
장르 : 드라마.스릴러
등급 : 18세
홈페이지 : www.cinehue.co.kr/badedu
20자평 : 금지된 욕망과 아름다운 영상의 어색한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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