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철군 탄력적으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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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새 아프가니스탄 전략이 2일(현지시간) 의회에서 난타당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밤 대국민 연설에서 3만 명의 병력을 아프간에 증파하되 18개월 후엔 신속하게 빠져 나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가 파병에 대해선 여당인 민주당에서 “천문학적 전쟁 비용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는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출구전략을 놓고는 공화당이 “성공도 하기 전에 철군 시점을 공개한 것은 동맹국과 적군 모두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문제 삼았다.

이런 와중에 백악관과 국방부는 오바마가 발표한 철군 시간표의 재검토 입장을 시사하는 등 주춤하는 모습이었다.

◆“현지 상황 토대로 최종 결정”=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아프간 정부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미군으로부터 아프간군으로의 안보 책임 이양은 2011년 7월부터 개시된다”고 못 박았다. 또 증파에 대한 비판 여론과 관련, “우리는 정치적 여론을 바탕으로 이번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여론조사 결과를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미군 철군 과정은 현지 상황을 기반으로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발표는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의 오전 상원 답변에 이어 나왔다. 게이츠 장관은 “2011년 여름이면 안보 책임의 아프간 이양 개시가 가능하겠지만 이런 스케줄은 현지 상황에 기반을 둔 게 아니다”며 “아프간 주둔 병력의 철군이 가능한지 2010년 12월에 재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아프간 출구전략의 구체적 진행 과정은 현지 군 지휘부의 판단을 토대로 탄력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의미였다. 이어 “아프간에서 미국의 실패는 탈레반의 아프간 재장악을 의미하는 것이고, 알카에다의 영향력 강화로 이어지면서 미국과 세계 안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 미 언론은 “신속한 미군 철군이 가능하려면 18개월 동안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강해지고 탈레반은 약해져야 하는데 상황은 반대”라며 “카르자이 정부가 신속하게 부패를 청산하고 국민의 지지를 얻는 게 관건”이라고 보도했다.

◆뜨거웠던 아프간 청문회=미 의회는 이날 하루 종일 아프간 전략 청문회로 달아 올랐다. 오전엔 상원에서 군사위가 열렸고, 오후엔 하원에서 외교위가 개최됐다. 3일엔 상원 외교위와 하원 군사위가 예정돼 있다. 청문회장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게이츠 국방장관과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은 민주·공화 양당에서 터져 나오는 비판에 힘든 표정이었다.

지난해 대선에서 오바마와 맞붙었던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게이츠 장관과 입씨름을 벌였다. 그는 “2011년 7월 미군 철수가 전쟁 상황과 무관하게 결정되는 것이냐”고 추궁했다. 게이츠 장관은 “분쟁 지역이 아닌 곳부터 가능하다. 2011년 여름은 철군의 끝이 아니라 시작하는 시점”이라고 답변했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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