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뎐'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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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이 내달 10일 개막하는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선정됨으로써 한국 영화계의 숙원이 풀렸다.

칸은 베니스.베를린 영화제와 함께 3대 국제영화제로 불리지만 권위에 있어서는 단연 독보적이다.

한국영화는 그동안 베니스와 베를린의 본선에는 몇 차례씩 출품하고 '마부' (1961년 베를린 은곰상) 등이 수상권에 들기도했으나 칸의 문턱은 한 번도 넘지 못했다. 그만큼 칸의 권위는 독보적이다.

베니스영화제(32년 창설)에 자극받아 뒤 늦게 출범한 칸영화제가 이만한 권위를 누리게 된 건 작품 선정에서 정치적이거나 상업적인 고려를 배제하고 철저히 작품성에 의존해 온 정책이 누적된 결과다.

물론 '지역적으로 안배하고 칸이 키운 감독만 선호한다' 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다른 영화제에 비해 훨씬 열려있는 태도로 임하는 건 틀림없다.

여기엔 비평과 제작 양면에서 어느 나라보다 활발하고 독특한 영화문화를 갖고 있는 프랑스라는 국가적 특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자국 이외에서는 개봉이 안 된 작품만 출품하도록 하는 등 까다롭게 구는 것도 이런 자부심이 있기때문에 가능하다.

아무튼 세계적으로 걸출한 감독들이 칸에서 가장 인정받고 싶어하는 한 칸이 가진 권위의 탑이 당분간 쉬 무너질 것 같지 않다.

한편 19일 발표된 경쟁부문 선정작에 아시아영화가 여섯편이나 포함돼 어느 해보다 강세를 보였다.

특히 일본은 오시마 나기사(大島渚)의 '고하토' 와 아오야마 신지(靑山眞治)감독의 '유레카' 등 두 편이나 진출했다.

대만의 에드워드 양, 홍콩의 왕자웨이(王家衛), 중국의 장유안(張元)의 이름도 띈다.

이밖에 켄 로치의 '빵과 장미' , 라스폰 트리에의 '어둠 속의 무희' , 리브 울만의 '신뢰상실' , 코엔 형제 작품이 들어 있다.

올해 53회째를 맞는 칸영화제는 그동안 곡절이 많았다.

현재 영화제는 본선과 별도 주간의 두 부분으로 나눠져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본선에는 20편정도를 엄선하는 '경쟁부문' 이 있고 경쟁 낙선작 중 '아까운' 작품을 위해 '주목할 만한 시선' 을 두고 있다.

비공식부문인 '감독주간' 과 '비평가 주간' 은 본선이 지나치게 제도화되는 것에 반발해서 생긴 일종의 '대안적인 칸영화제' 다.

특히 감독주간은 탄생에서부터 혁신적이었다. 68년 5월 10일 개막한 제21회 칸영화제는 폐막식을 치르지 못했다.

당시 파리에서는 학생과 노동자들이 드골 정권을 상대로 격렬한 데모를 벌이고 있었다.

이른바 '68년 5월학생운동' 의 와중에 진행된 그 해 영화제를 젊은 프랑스 감독들이 보이코트했던 것이다.

장 뤼크 고다르.프랑수아 트뤼포.루이 말 등 누벨 바그의 기수들은 "사회변혁 운동이 한창인 이 때 영화제라는 부르주아의 축제가 웬말" 이냐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영화에 대한 검열폐지, 칸 영화제 본선작에 대한 문호확대 등을 요구했다.

결국 이들은 별도의 조직이 필요하다는 걸 인식하고 영화감독 협회를 만들었다.

이듬해 선보인 감독주간에서는 오시마 나기사의 '교사형' 등 본선에서 기피하던 스타일의 영화를 옹호해 다양한 영화가 칸에서 소개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한편 비평가주간은 프랑스의 저명한 비평가인 조르주 사둘이 발의해 62년에 창설됐다.

이 섹션은 신인 감독의 데뷔작이나 두번째 작품만 대상이된다. 작품 선정도 집단적으로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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