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기 왕위전] 양재호-이세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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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梁9단 '해설' 하다 실전감각 약해졌나

총보 (1~135) "해설을 자주 하면 바둑도 늘지 않을까요" 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프로들의 대답은 "아니오" 다. 해설을 하려면 기보를 연구해야 하니까 분명 공부하는 것인데 왜 실력향상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일까.

그 까닭은 이렇다. 해설은 프로를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기에 수의 깊숙한 이면을 탐색하지는 않는다. 소위 표면적이고 공식적인 변화만 주로 나열하게 된다. 치열한 갈등이나 고뇌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실전은 다르다. 우선 긴장감이 있다. 몸을 꽉 조여오는 긴장감 말이다. 그런데 해설을 자주 하면 이런 긴장감은 오히려 무뎌진다.

이 판의 梁9단은 해설도 하지만 현역에서도 강자다.

예전 같으면 이세돌에게 이런 식으로 당하지 않았을텐데 쉽게 무너진 걸 보니 '해설' 탓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검토실에서 치명적 실수로 꼽은 수는 하변을 56으로 지킨 수였다.

이 수는 '참고도' 백1로 뛰어 멀리 상변 흑세를 견제하고 왼쪽 흑▲들을 은근히 위협해야 한다는 것이다.

梁9단도 이 수 정도는 한눈에 안다.

다만 A의 침입수가 기분나빠 B(실전의 56)로 지킨 것뿐이다.

이 판단 차이엔 무엇이 숨어있을까. 단순히 백1은 살아 있고 백B는 오그라든 수라고 말할 수 있을까. 혹 실전감각과 해설감각의 차이는 아닐까.

李3단은 초반 17부터 시종 기세있게 몰아쳐 완승을 거뒀다(74〓68, 76〓67).135수 끝, 흑 불계승.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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