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의 미개척지 '보토이창포' 출정 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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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군인들 주둔한 라사를 떠나 본격적인 탐사 준비 끝

신의 땅, 티베트로 가기위해 청두 공항에 도착했다. "게이트가 어디야?" 비행기표를 받아든 차정호 대원과 KBS 지현호 PD가 대합실을 헤매보지만 쉬이 찾을 수가 없다.
"이쪽이네요." 차 대원이 가리키는 곳은 현재 티베트의 현실을 반영하듯 공항에서 제일 후미진 곳이었다.

비행기에서 바라본 녠칭탕구라산맥의 웅준한 봉우리들


심사대로 이동하자 많은 티베티안들이 모여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어딘지 모르게 기가 눌려있었다. 검색원과 공안의 눈치를 보는듯 했다.
중국이 티베트를 강제 복속한지 반세기! 누구에게도 길들여진 적이 없는 이들이 이제는 중화의 큰 힘에 눌려있는 듯 보였다.

11월 29일 오전 9시, 청두공항을 이륙한 비행기가 쓰촨성을 벗어나자 티베트의 대산맥들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살아있는 지구의 증거,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로 솟아오르고 주름진 히말라야산맥과 티베트고원이 눈에 잡힐듯하다.

쉼 없이 이어지는 오체투지 화보 더보기▶▶

지 PD는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카메라를 창문에 밀착시키고 웅준한 얼음산 촬영에 열중했다. 필자도 이 광경을 사진기에 담기 위해 연방 셔터를 터트렸다.
주위 승객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쏠렸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지도의 미개척지를 개척하려는 우리의 관심과 열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일이다.

2시간 남짓의 비행으로 우리는 티베트의 중심 라사에 도착했다. 라사 거리는 급격히 늘어난 한족 상점과 백화점들로 인해 이곳이 티베트인가 할 정도였다. 한족화가 급격히 진행된 느낌이다.
그리고 시내 곳곳에는 중국군인들이 혹시 일어날지 모를 티베트인들의 시위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더 이상 유혈 충돌이 없기를 바라며 티베트 불교의 상징 조강사원으로 향했다.

신에 대한 가장 겸손한 인사인 오체투지를 하는 티베티안들의 모습에는 언제나 경건함이 묻어났다. 이를 사진기에 담기 위해 앵글을 찾던 중 재미난 관경을 목격했다.
여행객으로 보이는 한족 아가씨가 티베티안에게 오체투지를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 돌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유명 관광지인 황롱에서 해마다 음력 6월 보름이 되면 티베트족과 한족, 회족, 강족이 모여 연 다는 묘회(廟會) 생각났다.
종교시설 부근에서 여는 이 행사는 종교는 물론이려니와 문물을 교류하는 기능도 있는 중국전통이다.

바라건대 한족 아가씨가 티베티안과의 소통에 나섰듯 중국과 티베트가 서로의 역사와 정체성을 인정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으면 하는 생각을 안고, 탐사대는 포탈라궁 구경을 마지막으로 오늘 일정을 마쳤다.

탐사대는 내일 라사를 떠나 히말라야산맥의 동쪽 끝으로 달려갈 것이다. 그곳에서 '하늘을 향한 검'이라는 뜻의 남체바르와를 만날 것이다. 장대한 히말라야의 끝을 보게 될 것이다.

글 임성묵(월간 <사람과 산>) 사진 탐사대

→'세계최초 동부티베트 보토이창포 횡단'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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