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내린 대체의료 동종·향기요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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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대체의료가 개원가 의사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대체의학회 소속회원으로 대체의료를 공식 표방한 의사만도 3백여명에 이른다.

시술 종류만도 이미 자리를 잡은 카이로프랙틱은 물론 향기요법, 동종요법 등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근거없는 사이비 의술에서 어엿한 동반자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한 향기요법과 동종요법에 대해 알아본다.

◇ 동종요법〓동종(同種)요법이란 '비슷한 것은 비슷한 것으로 고친다' 는 원리로 18세기 독일의사 한네만에 의해 창안된 대체요법. 현재 서구에서 가장 널리 시술되고 있는 대체의료다.

질병의 원인물질을 고도로 희석해 투여하면 거꾸로 치료효과를 얻는다는 것이 치료원리다.

가령 밥을 먹고 체했을 때 쌀을 묽게 끓인 죽을 먹이면 좋다는 것. 식물이나 동물.광물 등에서 1백여종의 질병산물을 추출한 뒤 이를 희석시킨 제재를 복용하는 방식이다.

동종요법의 치료원리는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심리적 만족에 불과한 위약(僞藥)효과란 비판도 있다.

그러나 영국의 의학잡지 랜싯에 동종요법이 위약효과가 아니란 영국 글래스고병원의 연구결과가 게재되는 등 동종요법의 치료효과가 실제 인정된다는 것이 동종요법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동종요법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한 영보의원 김영구박사는 "알레르기 질환이나 관절염,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 현대의학도 뚜렷한 치료책을 내놓지 못한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동종요법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고 강조했다.

◇ 향기요법〓향기를 맡음으로써 질병을 치료하는 대체요법으로 아로마요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치료원리는 냄새를 맡는 후각신경이 뇌에서 본능과 감정을 주관하는 변연계에 작용해 엔돌핀을 분비시켜 통증과 스트레스를 없애주는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 효과는 향기 별로 서로 다르다.

예컨대 자스민향은 우울증을 치료하며 박하향은 정신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유칼리향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주는 등 향기마다 독특한 치료효과를 지닌다.

방법은 거즈나 수건에 한.두방울 향의 원액을 떨어뜨려 심호흡을 하거나 솜뭉치에 오일을 적셔 라디에이터 위에 올려놓아 자연스럽게 공기 중에 퍼져나가게 한다.

코로 직접 향기를 맡는 것 외에 향을 오일에 섞어 마사지하여 피부로 흡수시키는 방법도 있다.

오홍근신경과의원 오원장은 "향기요법은 항생.항염효과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인후염이나 기관지염.감기 등 질병치료에도 사용되며 직장인의 업무능률이나 수험생의 정신집중을 돕는 효과도 있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향기요법 역시 다른 치료의 보조요법으로 활용될 뿐 단독치료로 쓰이지는 않는다.

두통이나 불면증은 물론 여드름과 성기능장애까지 다양한 질환의 치료에 응용되지만 기존 치료법을 대신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

이에대해 오원장은 "향기요법을 시행받은 사람은 뇌파검사 결과 안정파장인 알파파가 늘고, 스트레스호르몬이 떨어지는 등 효과를 보인다" 며 "기존 치료와 병행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임상에서 쓰이는 향은 대략 30여종, 가격은 한달분 10㏄에 1만~2만원선이다.

◇ 전망〓대부분의 대체의료가 그러하듯 향기요법과 동종요법 역시 아직 경험적 수준에 머무르며 치료효과에 대한 객관적 증거가 빈약하다.

비보험 수가이므로 열악한 의료계 환경을 타개하기 위한 개원가 의사들의 돌파구란 비판도 있다.

그러나 향기요법과 동종요법에 대한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 미국에서만 1백25개 의대중 하버드의대를 비롯한 34개 의대에서 대체의료를 공식 교과목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美국립보건원(NIH)도 대체의료를 집중연구하는 대체의료국을 신설하기도 했다.

한국대체의학회장인 연세대의대 전세일교수는 "대체의료를 난치병에 대한 만병통치약으로 인식하는 것이 문제일 뿐 대체의료엔 현대의학을 보완할 숨은 효능이 많다" 며 향기요법 등 대체의료의 확산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고종관 기자.홍혜걸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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