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최후의 수순 한 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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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16강전>
○ 박영훈 9단 ● 왕야오 6단

제17보(243~265)=박영훈 9단은 후지쓰배에서 두 번이나 우승해 봤다. 나이는 겨우 24세지만 관록이 붙은 승부사다. 그러나 삼성화재배는 결승에서 두 번 모두 져 준우승만 두 번. 그리하여 이번엔 심기일전 우승을 겨냥했으나 겨우 16강전에서 왕야오란 무명 선수에게 악전고투하고 있으니 심사가 괴롭다. 지금 흑의 귀에 푹 들어가 이판사판의 결사전을 벌이는 것은 마지막으로 한 수 받아보라는 뜻이다. 틀리지 않고 잘 받으면 여기를 무덤 삼아 돌을 거두겠다는 뜻이다.

과연 왕야오의 수순은 빈 틈이 없다. 245의 치중이 그렇고 249의 단수가 그렇다(본시 수가 나는 곳은 아니지만 흑도 모양이 줄줄이 자충이라 한 수 삐긋하면 그대로 위기를 맞게 되는 곳이다). 그러나 이상하다. 251로 손을 돌린 것도 좋고 끝내기를 서두르는 것도 좋다. 하지만 최후의 수순 한 개를 빼먹고 있다.

바로 ‘참고도’ 흑1로 젖힌 뒤 3으로 단수하는 수순이다. 백은 팻감이 모자라니 결국 4로 잇게 되는데 이것만 해놔도 귀의 백은 ‘양패’로 죽어 있다. 말하자면 이 수만 두어 오면 백은 돌을 거둘 참이다. 한데 상대는 259까지 선수하더니 261로 두 점을 잡고 있다. 박영훈은 잔잔한 흥분을 온몸으로 느끼며 우상을 바라본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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