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출구조사 빗나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국내 선거 사상 처음 실시된 방송 3사의 출구조사는 실제 결과와 상당한 차이를 보여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14일 오전 1시30분 현재 실제 집계 결과는 한나라당 1백10석, 민주당 97석이었다.

그러나 KBS.SBS 연합팀의 출구조사 결과는 민주당 1백7석, 한나라당 99석으로 정반대였다.

MBC.갤럽의 출구조사 결과도 한나라당 1백석, 민주당 1백7석으로 예측해 제1당을 뒤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개표결과가 출구조사 결과와 다르게 나타나자 방송사 관계자들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MBC의 한 관계자는 "37석의 오차가 나타났던 1996년 총선 때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느낌" 이라며 "앞으로 출구조사를 누가 신뢰하겠느냐" 고 반문했다.

이번 총선 출구조사를 계기로 언론사의 선정적인 보도 태도와 조사기관의 무책임한 당락 판정이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출구조사 결과의 신뢰성은 개표방송 시작 때부터 금이 갔다.

KBS.SBS의 연합팀과 MBC의 출구조사 결과 1위 예측에서 무려 20여곳에서 서로 다른 결과를 보인 것.

예컨대 경북 칠곡(MBC는 이수성, KBS.SBS는 이인기)과 서울 마포을(MBC는 박주천, KBS.SBS는 황수관)등에서 1, 2위의 예측이 빗나갔다.

이같은 결과는 1% 내의 지지율 차이를 보인 박빙 지역이 너무 많았던 데서 비롯됐다.

오차범위 내에 있는 지역구가 무려 40여개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들이 성급히 당락을 단정했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출구조사에 익숙하지 않은 것도 한 요인이었다.

갤럽의 박무익 소장은 "50대 이상 여성들의 경우 출구조사에 대한 응답률이 전국적으로 제로에 가까웠다" 고 밝혔다.

아무튼 이번 결과는 방송사와 여론조사기관간에 책임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에 대비해 이미 KBS.SBS는 최종 결과에 차이가 날 경우 지역구 한개에 1천만원의 페널티를 여론조사기관에 부과하기로 계약했었다.

그러나 MBC와 갤럽 사이에는 결과에 상관없이 페널티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김행 전문위원, 강찬호.이후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