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선전…진보당 원내 진출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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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4.13 총선에서 가장 돋보이는 대목의 하나가 민주노동당의 정치실험이다.

이날 오후 여의도 민주노동당 당사는 개표 직후부터 울산 북의 최용규(崔勇圭)후보 등이 상대 후보를 앞지르고 나가자 일제히 환호성이 터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진보정당은 5.16 이후 40년 동안 원내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진보정당들의 원내 진출은 1956년 조봉암(曺奉岩)씨가 주도한 진보당을 시작으로 4.19까지는 비교적 활발했으나 61년 5.16 이후 명맥이 오락가락했다.

60년 4.19 직후 실시된 5대 민의원 선거에서 사회대중당 윤길중(尹吉重)씨 등 4명, 한국사회당 1명 등 5명이 당선됐으나 1년 만에 5.16을 맞아 사라졌다.

60년대 후반~80년대 중반엔 김철(金哲)씨가 통일사회당.사회당을 이끌며 분투했으나 원내 진출에 번번이 실패했다.

5공 출범 직후인 81년 11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민정당이 후보를 내지 않는 배려 속에 민주사회당 고정훈(高貞勳)당수가 서울 강남에서 당선된 것이 고작이다.

87년 6.29선언 이후 민주화 바람과 함께 민중의당(88년).민중당(90년)등이 시도됐으나 원내 진출에 실패했다.

이런 곡절을 겪은 탓에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대표는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 모두의 승리이자 부패한 보수정치 50년 독점체제를 깨는 정치적 대변혁" 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민주노동당의 의석 확보에는 '영남권 진보벨트 형성' 이라는 선거전략이 큰 힘이 됐다는 평가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산하 작업장이 집중된 울산과 경남 창원을 전략지역으로 정해 97년 대선 출마 경험이 있는 권영길 대표를 투입하는 등 당력을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

민주노동당은 그러나 기존 보수정당에서도 학생운동 경력의 386후보들이 대거 당선하고 청년진보당도 서울에서 기대 이상으로 선전한 점을 들어 "근본적으로 진보세력에 대한 국민의 이해가 커진 것" 이라며 크게 고무한 모습이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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