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출구조사 오차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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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내 선거사상 처음 실시된 방송 3사의 출구조사는 실제결과와 상당한 차이를 보여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14일 0시40분 현재 실제 집계결과는 한나라당 1백9석, 민주당 97석이었다. 그러나 KBS.SBS 연합팀의 출구조사 결과는 민주당 1백7석, 한나라당 99석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MBC.갤럽의 조사결과도 마찬가지여서 출구조사(한나라당 1백석, 민주당 1백7석)와는 정반대로 제1당이 뒤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개표 결과가 출구조사 결과와 다르게 나타나자 방송사 관계자들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MBC의 한 관계자는 "37석의 오차가 나타났던 1996년 총선 때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느낌" 이라며 "앞으로 여론조사를 누가 신뢰하겠느냐" 고 반문했다.

이같은 결과는 수도권에서 1%내의 지지율 차이를 보인 박빙지역이 너무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통상 5백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 허용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 3%인데 오차범위내에 들어있는 지역구가 무려 40여개에 달했다.

이번 총선 출구조사를 계기로 언론사의 선정적인 보도 태도와 조사기관의 무책임한 당락판정이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출구조사 결과의 신뢰성은 개표방송 시작 때부터 금이 갔다. KBS.SBS의 연합팀과 MBC의 출구조사 결과 1위 예측에서 무려 20여 곳에서 서로 다른 결과를 보인 것. 경북 칠곡(MBC는 이수성, KBS.SBS는 이인기)과 서울 마포을(MBC는 박주천, KBS.SBS는 황수관) 등에서 1.2위의 예측이 빗나갔다.

이에 대해 여론조사기관들은 일단 유권자들의 탓으로 돌렸다. 갤럽의 박무익 소장은 "50대 이상 여성들의 경우 출구조사에 대한 응답률이 전국적으로 제로에 가까웠다" 며 "특히 호남과 영남에서는 거짓 대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 밝혔다.

아무튼 이번 결과는 방송사와 여론조사기관간에 책임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에 대비해 이미 KBS.SBS는 최종 결과에 차이가 날 경우 지역구 1개당 1천만원의 패널티를 여론조사기관에 묻기로 서로 계약을 해놓았다. 그러나 MBC와 갤럽 사이에는 결과에 상관없이 패널티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강찬호.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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