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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진형 산불대책 세워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주일째 계속된 강원도 영동지역 산불의 기세가 다행스럽게도 한풀 꺾였다. 하지만 피해가 너무 컸다. 산불로는 사상 최악의 재앙이었다.

1천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고, 3천만평에 이르는 산림이 재로 변했다. 당장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을 구호하는 일부터 간단치 않아 보인다.

정부가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각종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하니 재해 구호와 복구에 차질이 없어야 할 것이다. 시름에 잠긴 주민들이 하루빨리 재기할 수 있도록 이웃의 격려와 지원도 있기를 기대한다.

사고 수습과 함께 원인과 책임을 가리는 일도 중요하다. 11건의 영동 산불 중 7건의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이중 4건은 일반 입산객이 없는 오전 1~5시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방화 의혹이 일고 있다.

불순세력의 소행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으니 철저한 규명이 있어야 한다. 또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면 중앙정부든 자치단체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똑같은 재앙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소홀히할 수 없는 문제다.

1996년 고성 산불에 이은 또 한번의 대형 산불은 산불 방지나 진화 대책의 선진화라는 과제를 남겼다. 고성 산불 때도 정부는 산불 감시요원을 배치하고 도마다 소방헬기를 확보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으나 이번 영동 산불로 그것만으로는 부족함이 확인됐다.

이번 산불은 악산(惡山)지역에서 발생한 데다 강풍 때문에 군.관의 헬기가 대거 동원됐는데도 속수무책이었다. 예방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교훈을 잘 보여준 것이다.

선진국들처럼 산불이 나기 쉬운 건조기에는 입산을 최대한 통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최소한의 등산로에 대해서도 입산객들의 소지품을 철저히 점검해 화기 반입을 원천 봉쇄하는 적극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자치단체의 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병역면제 대상을 축소하고 공익요원 복무자 수를 대폭 늘려 건조기에는 산불 예방에, 여름철에는 환경오염을 감시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이와 함께 조기확인 시스템을 갖추고 진화장비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조기 발견, 조기 진화가 최선책이다. 위험지역 곳곳에 무인 감시장치를 설치한 미국의 경우처럼 조기경보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또 산불을 인력으로 진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전용헬기를 더 늘리고, 군 헬기 활용 확대방안도 세워야 한다.

이젠 산불을 연례행사쯤으로 여기는 후진적 사고를 털어내야 한다. 지구촌의 기상이변으로 올해보다 더한 가뭄이 언제고 올 수 있다. 대비를 소홀히하면 더 큰 환경적.경제적 피해를 보게 된다. 산불을 포함해 산림관리에 대한 인식과 방도를 정부 차원에서 새롭게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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