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장쩌민 그늘' 벗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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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중국 공산당 제16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中全會)가 16일 개막한다. 19일까지 계속될 이번 회의에서 후진타오(胡錦濤)국가주석은 그동안 막후에서 실질 권력을 행사했던 장쩌민(江澤民) 중앙군사위 주석의 그늘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장쩌민의 오른팔'로 장 주석의 세력을 이끌었던 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과 '타협'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로써 2002년 11월 출범한 후 주석.원자바오(溫家寶)총리의 제4세대 지도부는 2년 만에 본격적으로 독자 노선 추구에 나설 게 확실시되고 있다.

◆ 확실해진 후진타오 체제=중국 정가에 밝은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지난해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발생 이후 후진타오와 장쩌민 사이에 벌어졌던 힘겨루기가 최근 일단락됐다"고 말했다. "장쩌민의 심복인 쩡칭훙이 후진타오 지지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쩡은 당 서열 5위이지만 당 조직과 인사를 장악, 장과 후 다음 가는 실력자로 꼽혀 온 인물이다.

이같은 쩡의 후진타오 지지 표시는 장에 대한 여론이 계속 나빠진 데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먼저 장은 전임자 덩샤오핑(鄧小平)과 달리 군사위 주석직 이양을 계속 미뤄 점수를 크게 잃었다. 세대 교체를 바라는 중국인의 열망을 거스른 것이다. 특히 상하이(上海) 부동산 재벌 저우정이(周正毅)의 부패 사건 등 장의 지지 기반인 상하이방(上海幇) 인사들의 비리가 잇따라 터지며 분위기가 극도로 악화됐다. 이에 세(勢) 불리를 느낀 쩡이 중국 정치의 전통적 방법인 타협으로 난국 돌파에 나섰다는 것이다.

타협이란 바로 '쩡의 후진타오 지지, 후의 장쩌민 존중'이다. 이로써 후 주석과 원 총리는 당내 최대 파벌인 쩡 세력의 지지 아래 '이인위본(以人爲本.사람 존중을 근본으로 한다)'의 독자적인 노선을 추구할 예정이다. 장 또한 전면적인 퇴진 압력을 비켜가며 2007년까지는 군사위 주석직을 유지할 전망이다.

◆ 공산당 집권 기반 강화=힘을 얻게 된 후진타오는 '공산당의 집권 능력 강화'를 현 지도부 내치(內治)의 목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당내 지도부 선발에서 표결제도를 더욱 확산하고 각 정부 기구에 대한 감시 제도를 강화하는 등 '당내 민주화'를 다져 가려는 것이다. 당 외에서는 개혁.개방의 여파로 지나칠 정도로 확대된 빈부격차와 도시.농촌 간 격차, 동부와 서부의 지역 간 불균형 등을 좁히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심각해진 관료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행정 개혁도 과감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 과열 경기 억제 계속=공산당 집권 능력 강화가 새 지도 노선으로 확정됨에 따라 경기 과열 진정을 추진해 온 원 총리의 정책도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뒤떨어진 농촌과 농민.농업 등을 지원하는 이른바 '3농(農)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된다.

또 철강과 부동산 등 과열 투자 현상을 빚고 있는 부분에 대한 통제 정책이 지속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고속 성장 대신 빈부 간 또는 지역 간 개발 격차를 줄이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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