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연쇄 발화…방화 가능성도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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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근 영동 지역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산불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경찰 등 관계기관이 수사에 착수했다.

관계기관은 지난 7일 강원도 고성 등에서 화재가 발생할 때만 해도 등산객 등에 의한 실화나 자연 발화로 보았다. 하지만 12일 일부 지역에서 집중적인 산불이 일어나자 방화일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경찰은 고성.강릉.삼척 등 영동지역에서 발생한 11건의 산불 중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6건에 대해 화인 규명 수사에 나섰다. 다른 5건은 입산자의 실화이거나 이미 발생한 화재의 불씨가 되살아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특히 방화 혐의를 두고 있는 것은 12일 강릉.삼척에서 일어난 화재다.

이날 강릉 유천동(오전 2시36분 발생).강릉 사천면(오전 3시30분), 삼척 성내동(오전 3시58분).삼척 미로면(오전 5시15분) 등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난 4건의 산불은 발생시간 차나 지점간 거리 등을 고려할 때 방화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이광웅(李光雄)강원경찰청장도 이날 산불 현장을 방문한 김성훈(金成勳)농림부장관에게 "이 4건의 산불은 총선 분위기에 편승한 방화로 추정된다" 고 보고했다.

최인기(崔仁基)행정자치부 장관은 이날 화인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면서 "방화의 가능성도 조사하라" 고 주문했다. 역시 방화 가능성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과학수사요원 4명과 기동수사대원 5명 등 9명으로 구성된 수사전담반을 각 산불발생 지역에 보내 지역 경찰서 수사요원과 함께 화재원인을 수사하기로 했다.

'수사전담반은 산림청 등 각 기관과 협조, 최초 발화 지점에 대한 현장감식과 주민 상대 탐문조사 등으로 화재원인을 분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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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강릉.삼척 산불의 원인이 방화라고 전제할 때 ▶정신이상자의 모방 범죄▶시국 불만자의 방화▶고정간첩의 소행 등으로 추정할 수 있다" 고 말했다.

물론 단순 실화의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산불의 대부분이 사소한 실수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3백15건의 산불 중 실화, 논.밭두렁 소각 등에 의한 것이 모두 2백77건으로 전체의 88%나 됐다.

이 때문에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이 완전히 진화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 방화인지 실화인지를 판명하기는 어렵다" 고 밝혔다.

또 50여일이나 계속된 건조주의보 속에 나무들이 바짝 말라있는데다 계속된 강풍을 고려할 때 자연발화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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