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운위 교육감 선거에 이용…취지 퇴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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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선 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가 교육감 선거를 의식한 각 진영의 '내 사람 심기' 경쟁으로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 자치의 꽃' 으로 기대를 모으던 학운위가 자칫 교육감 선거인단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감 선거 관권의혹과 관련, 교육청 직원중 학운위에 참여한 인원은 30~40명선이라고 12일 밝혔다. 교육위원 12명중 3명도 학운위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시.도의 전교조도 교육감 선거에 후보를 내거나 입장 관철을 목적으로 '올바른 학교운영위원회 선출운동' 을 통해 소속 교사를 상당수 참여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의 경우 현재 선출된 학운위원 1만여명 중 전교조 소속 교사가 1천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계에서는 이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할 경우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7월에 교육감 선거를 치르는 전북도교육청의 경우 전교조 지부가 10일 자체 교육감 후보를 내기로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6월과 8월에 선거를 치르는 충남과 서울지부도 '개혁후보 지지' 와 '자체후보 출마' 를 놓고 검토중이어서 자칫 교육현장이 선거바람에 휩싸일 우려가 크다.

실제로 교육감 입후보 예정자들은 학교장과 운영위원을 상대로 은밀히 지지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H초등학교의 학부모 위원으로 참여한 김경희(39)주부는 "첫 모임이라 나가봤더니 교사나 지역위원들 모두 교육감 선거 얘기만 하고 있었다" 며 "학운위가 본래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나가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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