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대형산불로 홍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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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강원도의 임야를 잿더미로 바꾸고 있는 산불 피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엘니뇨' 현상 등 기상이변의 영향으로 지구촌 곳곳에서는 마치 연례행사처럼 대규모 산불이 발생, 인명.재산피해는 물론 대기오염 및 생태계 파괴 등 환경재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첨단장비를 동원한 진화작업도 자연의 위력 앞엔 속수무책이어서 비가 내려 자연진화되기만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산불 피해가 가장 극심한 곳은 인도네시아의 열대우림이다. 1997년에 20세기 최대 규모로 기록된 대화재가 났던 것을 비롯, 올 봄까지 해마다 건기(乾期)만 되면 산불피해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밀림을 태운 산불은 인접지역을 뒤덮는 연무(煙霧)피해로 호흡장애등 각종 질병까지 일으키고 있다.

이밖에 같은 밀림지역인 브라질의 아마존강 유역과 시베리아의 침엽수림 등 이른바 '지구의 허파' 로 불리는 삼림지역도 해마다 산불에 시달리며 대규모의 삼림파괴를 빚고 있다.

98년 여름엔 하바로프스크 등 러시아 극동지역의 2만8천여곳에서 발화, 남한 면적과 맞먹는 지역이 잿더미로 변했다. 극동 송유관 인접지역까지 퍼져 하마터면 대참사를 빚을 뻔 했던 이 화재는 8개월여 계속된 끝에 눈이 내려 겨우 진화됐다.

브라질에서도 같은 해 1월부터 산불이 일어나 남한 면적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밀림을 태운 뒤 3개월만에 호우가 내려 진화됐으며 이같은 현상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같이 연례행사처럼 산불이 반복되는 지역 외에도 특히 엘니뇨.라니냐 등 기상이변이 심해진 최근 3~4년 사이엔 산불 피해가 여기저기서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엔 미국 로스앤젤레스 동부지역 산간에서 불이나 6만에이커의 산림을 태우는 등 30년만에 최악의 피해를 냈다.

98년 여름엔 관광보고인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2개월간 계속된 산불로 12만명의 이재민을 내고 2백50억달러의 재산피해를 보았다. 미국 소방당국은 각종 첨단장비와 맞불작전을 동원했지만 역부족이었고 결국 폭우로 불길이 잡혔다.

같은해 1월엔 호주 전국 50여개 지역에서 산불이 나 3만㏊의 숲을 태우는 등 역시 30년래 최악의 피해를 냈다.

이처럼 해마다 산불로 어마어마한 피해를 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진화기술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96년 4월 몽골 대화재 때 강설폭탄을 쏘아 폭우를 내리게 했던 것 같은 '인공강우' 방식이 가장 확실하지만 이마저 산불발생지역이 넓을 경우엔 사용하기 힘들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산불 인근지역을 재해지역으로 선포, 신속하게 주민을 대피시키는 등 인명피해를 줄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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