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 성질이 따로 있다
나무를 톱으로 토막내었다고 해서
영 죽는 것이 아니다
기둥 하나를 세우더라도 그렇다
남쪽을 보고 자란 나무는
남쪽을 향하게 세워야만
뒤틀리지 않는다
나무만 그런 게 아니다
선비도 그런 성질을, 그런 심술을 지닌
나무와 같다
꺾이고 짓밟히어도 죽지 않는 선비같은 나무
나무같은 선비가 있는 세상
- 김규태(66) '나무같은 선비' 중
나무는 정직하다. 봄이 되면 어김없이 꽃피우고 여름이면 열매맺고 가을이면 거둔다. 계절에 순응하면서도 제 몫을 지킬 줄 아는 나무는 죽어서도 타고난 본성을 버리지 않는다. 이 시는 생각이 없는 나무를 생각이 있는 선비에 빗대고 있다. 흙탕물을 일으키는 선거판을 보며 이 시대의 선비란 어떤 사람일까를 떠올려 본다. 저 몹쓸 황사바람을 막아줄 나무같은 선비가 있는 세상은 시에서나 만나는 것인지?
이근배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