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폭풍에 날아간 정상회담 주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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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미국 나스닥지수가 사상 두번째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바다 건너 악재가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국내 대형 호재를 압도했다.

그 결과 11일 종합주가지수는 15.12포인트(1.73%)떨어졌고, 코스닥지수는 18.07포인트(8.1%)나 폭락했다.

이런 취약한 시장구조로 인해 총선 후 증시도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해외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국내기업 주식예탁증서(DR)가격이 전날 큰 폭으로 올라 중.장기적으로는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호재가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 반등기간을 줄인 대형 호재〓동양증권 투자전략팀 박재훈 차장은 "지수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떨어진 다음 나타나는 기술적 반등은 4~5일 정도 이어지는데 이번에는 뜻하지 않은 대형 호재가 나와 며칠 오를 주가가 10일 하루 만에 다 올랐다" 며 "이 때문에 나스닥지수의 하락이란 악재가 남북정상회담 호재를 짓눌렀다" 고 설명했다.

◇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수급 불균형〓주식형 수익증권을 비롯, 증시 주변자금은 계속 줄고 있는 반면 지난주부터 본격화한 공모주 청약과 유.무상 증자 물량 압박이 수급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증권 투자전략팀 박천수씨는 "12일 옵션 만기일에 쏟아져나올 2천억원 안팎의 청산 매물도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고 지적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한번 순매수를 시작하면 상당기간 이를 유지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주가가 일정 수준 오르면 매수를 중단했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투매물량을 거둬가는 식의 매매패턴을 보여 주가오름세를 이끌어 갈 뚜렷한 주도세력이 없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 제자리뛰기 장세〓공모주 청약과 유.무상 증자 물량 부담이 줄어들고 투신의 주식형 수익증권 환매도 뜸해지는 다음달 말까지는 수급사정에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 때문에 증시지표 가운데서도 지수와 20일 이동평균선(50면 참조)의 이격도(離隔度)추이를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지수와 20일 이동평균선간 간격이 지나치게 벌어지면 반등이나 반락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한편으론 총선이 끝나면 국내 증시에서도 수익기반이 확실한 기업이냐 아니냐에 따라 주가가 차별화하는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우증권 김진태 대리는 "최근 미국시장에서 인터넷 기업보다 반도체 장비주의 주가 하락폭이 훨씬 작았다" 며 "국내에서도 이같은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날 전망" 이라고 설명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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