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개관 50주년 기념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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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민중의 희노애락이 담겨 있는 고성 오광대, 강렬한 북소리에 보는 사람 모두 신명을 느낄 수 있는 밀양 북춤, 살짝살짝 어긋나는 '엇' 동작 속에 은근한 매력이 숨어 있는 동래 학춤.

바로 양산.고성.밀양 등 영남(嶺南)아랫녘 춤이다.

예부터 '소리는 호남, 춤은 영남' 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영남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있다.

국립무용단(단장 배정혜)의 '4인4색(四人四色), 나흘간의 춤이야기' (19~22일, 국립극장 대극장, 오후 7시30분)다.

4인은 역대 국립무용단장이었던 4인(1대 송범, 2대 조흥동, 3대 최현, 4대 국수호)을, 4색은 영남 춤의 대가 4명의 춤사위를 뜻한다.

송범은 궁중무에만 머물러 있던 한국 무용계에 '창작춤' 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으며, 조흥동은 전통과 창작을 어우르는 재능이 뛰어난 인물. 최현의 춤은 단아하고 섬세하면서도 화려한 것으로 유명하고, 국수호는 탁월한 무대 연출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공연은 올해로 개관 50주년을 맞는 국립극장의 기념 공연인만큼 역대 단장들의 대표적 레퍼토리와 한국 창작춤을 함께 정리해보는 의미를 갖고 있다.

매 공연마다 1부, 2부로 나뉘어 역대 단장의 창작 레퍼토리와 영남춤(동래학춤, 양산사찰학춤, 밀양범부춤, 고성오광대, 밀양북춤)을 한데 무대에 올린다.

첫날에는 국수호의 대표적 춤극 '티벳의 하늘' 이, 둘째 날은 최현의 대표작 '최현 춤의 약동' '연가' 등이, 셋째 날에는 조흥동의 대표작 '천지제' '시나위' 등이, 넷째날에는 송범의 대표작 '산조' , '강강술래' 등이 공연된다.

영남춤은 다른 말로 '덧배기춤' 으로도 불린다.

원래 '덧배기' 란 경상도식 자진모리장단을 지칭하는 말이지만 이미 이를 넘어서 춤의 명칭으로 통용되고 있다.

이런 영남춤의 또 한가지 특징은 건장하고 활달한 남성들의 춤이라는 것. 이번 공연에서도 역시 호방한 남성 무용수들의 춤사위를 한껏 즐길 수 있다.

양산 권번(券番)에서 춤을 배운 김덕명(양산사찰학춤), 부산의 토박이 춤꾼 김온경(동래한량춤), 농사꾼이자 풍류객인 이윤석(고성오광대), 연희단 거리패에서도 활동한 하용부(밀양 범부춤, 북춤)선생 등 무형문화재 4명이 안무.출연한다.

이번 무대에는 '동래의 마지막 한량' 으로 불리는 문장원 선생이 83세의 고령에도 특별출연해 눈길을 끈다.

배정혜 국립무용단장은 "자기가 추는 춤만이 제일이라는 무용계의 병폐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해 16개에 달하는 다양한 작품을 올리게 되었다" 며 "앞으로 영남춤에 이어 호남춤, 북한춤 등 흩어져 있는 우리 춤을 모아 세계 무대진출의 초석으로 삼겠다" 고 말했다.

02-2274-3507~8.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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