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농아인협, 유세장서 수화로 통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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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욕설이나 상대 후보를 헐뜯는 내용을 전달할 때가 가장 가슴이 아픕니다. "

전북지역에서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열린 21차례의 이번 16대 총선 합동연설회 때 후보들의 열변을 청각 장애인들에게 '소리없이' 전해준 수화통역사들이 밝힌 소감이다.

전북농아인협회 소속 여성회원인 崔현숙(38).金수인(28).朴한아(26).趙현정(25)씨와 鄭정호(31)씨는 이번 총선에서 처음으로 유세장에 배치됐다.

협회총무인 崔씨는 "농아인들이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후보들의 공약 등을 그대로 전해 주려고 노력했다" 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꼭 보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후보끼리 저질스런 말로 헐뜯는 목소리를 알려야 할 때마다 남모르게 고민해야 했기 때문이다.

욕설이 오갈 때는 수화를 생략하고 싶기도 하지만 후보들의 말을 빠짐없이 전해야 한다는 선관위와의 약속에 따라 여과없이 전해야 했다.

이들이 또하나 가슴 아파하는 것은 청각장애인들이 자신들의 복지에 기대를 걸고 유세장에 나오는 데도 후보들이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을 경우. 그래도 자신들의 수화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농아인들을 보면 손짓이 가벼워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선관위로 부터 15만원씩 받은 수당 전액을 청각장애인을 위한 복지기금에 보태기로 했다.

전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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