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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의사 아닌 'PA'가 시술"

중앙일보

입력

개인병원과 사립종합병원은 물론, 국공립 대학병원들까지 수술과 진단 등 의사 역할 일부를 'PA(Physician Assistant)'라는 이름으로 간호사 출신들에게 맡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국일보가 1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PA는 우리나라 의료법에는 전혀 나오지 않는데 의사 자격증도 없이 사실상 의료 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불법이다. 정해진 교육과정이나 자격조건이 전혀 없어 비숙련 의료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PA는 당초 전공의의 몫이었으나 수년 전부터 외과계열이 인기가 떨어져 지원자가 줄어들자 일선 병원들이 모자라는 일손을 메우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생겼다. 병원간호사회에 따르면 150병상 이상 병원에서 PA로 활동하는 인원은 2008년 798명으로 1년 전보다 180명 가까이 늘었다. 특히 전공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흉부외과(138명), 정형외과(113명) 등 외과계열이 673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PA는 대부분 간호사 출신이지만 일반 간호사들의 업무와는 다르다. 수술실 간호사의 역할은 수술도구 전달과 소독 등으로 한정돼 있지만 PA는 이를 넘어서 환자의 환부를 잡고 자르거나 실로 꿰매며, 의사의 진단 행위에 속하는 예진이나 회진도 한다. 김선욱 의료전문 변호사는 "의사가 감독을 했다고 해도 의사 자격증이 없는 PA가 메스와 가위를 들고 환부에 손대거나 예진하는 경우 의사와 PA 모두 부정의료업자로 최대 면허취소까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의사들이 개인 필요에 따라 PA를 주먹구구식으로 뽑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의료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S대학병원의 채용공고에 따르면 이 병원은 간호조무사, 응급치료사, 의무기록사, 심지어 일반인(고졸이상)까지도 PA로 뽑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이 개인비서를 채용하듯이 별 기준 없이 PA를 뽑는다"며 "워낙 권위가 높은 노교수들이 하는 일이라 병원에서도 손 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아예 의무기록관리지침 등에 의료법에도 없는 PA에 대해 "소속부서장과 진료담당교수의 감독 하에 제한적 범위에서 의사에 준하는 권한을 갖는다"고 버젓이 명시해놓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PA에 대한 제도적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해 관계가 엇갈려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대한외과학회가 지난달 12일 '외과간호사의 역할'이란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현행 전문간호사제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PA 과정을 독립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사정이 이렇지만 관할부처인 보건복지부는 "PA는 의료계가 현실적인 이유가 있어 만든 제도여서 우리가 직접 나서기 어렵다"며 불법 행위를 방조하고 있다고 한국일보는 전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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