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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간 36만그루 심은 진재량씨 일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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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나무 한그루마다 정성을 쏟아온지 45년입니다. 무등산 산하가 모두 내 자식같아요. "

나무와 함께 일생을 보내온 '무등산 지킴이' 진재량(陳載良.77.광주시 동구 산수동)씨. 陳씨의 나무사랑은 아들과 손자에게까지 3대에 걸쳐 이어져 산림 육성은 이제 陳씨 일가의 가업(家業)으로 자리잡았다.

중학교 국어교사였던 陳씨가 산림 가꾸기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1955년. 연수차 일본으로 건너간 그에게 울창한 일본 수림은 큰 충격이었다.

경제수종을 잘 가꾸면 돈도 벌고 사회에 보람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판단, 주저없이 교사직을 포기했다. 양계업 등으로 모은 돈까지 털어넣어 무등산 중턱에 18만평을 샀다.

그 옛날 천연 적송림이 빽빽했던 무등산은 당시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잡목만 들어찬 '민둥산' 으로 남아있었다.

陳씨는 삼나무.편백나무 등 각종 묘목을 구입해 조림에 전력을 기울였다. 오전 5시부터 넓은 산중턱 수백그루의 나무들을 혼자 힘으로 가꾸는 것은 벅찼지만 세 아들의 도움으로 견뎌낼 수 있었다.

특히 장남 춘호(春鎬.48)씨와 차남 석호(晳鎬.46)씨는 아버지의 뜻을 잇겠다며 농대에 진학했다. 3남 달호(達鎬.43)씨는 산림 기계화를 앞당기겠다며 공대에 들어갔다.

나무를 팔아 남는 수익금은 모두 새로운 조경지를 개척하는데 쓰여졌다. 수종도 참나무.이탈리아포플러.리기다 등으로 늘어났다.

이들이 45년간 식수한 나무만도 36만그루. 현재 16만그루의 나무가 꽉 들어찬 2백여만평의 산림을 가꾸며 지난해부터는 휴양림.표고버섯 재배단지 등도 함께 경영하고 있다.

陳씨는 아들들처럼 어릴적부터 조림을 도와준 손자 형완(炯完.18.광주고3)군과 함께 산에 오르는 일이 무엇보다 큰 즐거움이다. 산림조경학과에 진학하려는 형완군은 "학업보다도 할아버지로부터 전해들은 나무이야기가 바로 산 공부다.

실제로 해보니 나무의 생명성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며 가업을 잇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陳씨는 "후손들에게 맑은 공기를 숨쉴 수 있는 평화의 '나무 동산' 을 남겨주는 것이 마지막 꿈" 이라고 말했다.

광주〓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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