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가 구제역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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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경기도 파주의 의사(擬似)구제역이 2일 구제역으로 공식 확인되고 충남 홍성.파주 법원읍에서도 의사 구제역이 추가로 발생함에 따라 전국 지자체와 축산 농가에 가축괴질 비상이 걸렸다. 괴질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파주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들은 '파주 사태' 때만도 남의 일로 여겼던 곳이 많았다. 그러나 66년만에 발생한 구제역임이 밝혀지자 축산 농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의사 구제역 발생 지역에서 오는 가축의 반입은 물론 가축수송 차량의 통과조차 차단하고 있다. 농민들도 축사 근처에 외부인 출입을 막고 소독 횟수를 대폭 늘리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 축산 농가〓돼지 1천2백마리를 키우는 전북 익산시 춘포면 강신홍(59)씨는 지난 1일 살균효과가 있는 생석회를 축협에서 무료로 받아 축사 주변에 뿌렸다. 또 축사 소독을 대대적으로 실시했으며 앞으로 매일 한번씩 하기로 했다. 강씨는 외부인의 축사 출입을 철저히 막고 있다.

전북 남원.임실.순창 등의 축산 농가들은 수의사의 순회 점검조차 막고 있다. '옆집 축사에서 병원균을 옮겨올까 우려해서' 라는 것이 농민들의 말이다.

경남 김해시 생림면 생칠리에서 양돈업을 하고 있는 김위진(金渭鎭.49)씨는 "평소 옆집을 오가며 정보를 교환하던 이웃들조차 서로 방문을 자제한다" 고 말했다. 농촌지역 가축병원 등에도 문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경남 함양군 안의면 금천리 이수의과 이호원(李浩源.43)원장은 "파주사태 이전에는 전혀 없던 수포성 질환에 대한 문의가 요즘 매일 10여건에 이른다" 며 "가축의 입과 발굽 등에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문의를 해오고 있다" 고 말했다.

◇ 자치단체〓충남지역과 잇닿아 있는 전북도는 1일부터 장항 등 각 검문소를 통해 충남지역에서 들어오는 모든 가축과 가축 수송차량의 출입을 금지했다. 일선 시.군은 각각 대책상황실을 설치하고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전남.경남.경북도도 '홍성 사태' 이후 도내로 들어 오는 주요 길목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가축 분뇨.사료용 건초.가축.육류에 대해 생산지 검사를 철저히 하고 있다. 홍성이나 파주 인근에서 생산된 것은 즉시 되돌려 보내고 있다.

경북도는 2일 전염 예방을 위해 도내 25개 가축시장을 잠정 폐쇄할 것도 검토 중이다.

김상진.장대석.구두훈 기자

<구제역 발병 관련 일지>

▶1934 북한지역에서 발생(피해 미확인)

▶1997.3 대만 돼지구제역 발생 - 돼지 4백만마리 폐사

▶2000.1 대만 염소구제역 발생

▶2000.3.12 일본 미야자키현 소 '의사 구제역' 발생

▶2000.3.19~20 파주지역에서 젖소 15두 '의사 구제역' 발생

▶2000.3.26 파주괴질 '의사 구제역' 판정

▶2000.3.31 홍성괴질 '의사 구제역' 판정

▶2000.4.2 파주괴질 '구제역' 으로 최종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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