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전망대] "개혁 열정 퇴색될까" DJ의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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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31일부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일정에서 연두 업무보고가 빠졌다. 10여개 정부 부처의 보고는 4.13 총선 이후로 늦췄다.

"대통령 업무보고에 관권(官權)선거의 시비가 있어 연기했다" 는 게 청와대 박준영(朴晙瑩)대변인의 설명이다.

민주당의 고위당직자는 "金대통령이 당 총재 입장에서 총선 상황을 더욱 챙기려는 것 같다" 고 긴장했다.

"총선 쟁점을 선점(先占).관리하는 민주당 전략의 여러 대목에 대해 金대통령은 불만을 갖고 있다" 고 청와대 한 참모가 전했다.

그는 "1971년 대선 때도 정책에선 공화당을 눌렀다고 金대통령은 자부한다" 며 "국부유출론.나라빚 논란에서 한나라당에 선제공격을 당한 민주당의 정책관리가 金대통령으로선 미덥지 못할 것" 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 'DJ총선학(學)' '정책의 DJ' 로선 화나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선대위정책위원장 하나 상대 못하는가" 라고 지적했다.

金대통령이 지난주 이헌재(李憲宰)재경장관.이용근(李容根)금감위원장의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정책 논쟁의 방어논리를 갖췄는지를 시험보듯 물어본 뒤 청와대는 긴장분위기다. '한나라당이 제1당' 이 된다는 여론조사 탓에 긴장 속에는 걱정과 불안감이 뒤엉켜 있다.

청와대는 DJ대 반(反)DJ쪽으로 가는 흐름에 불만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안동에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을 초청하고, 박정희(朴正熙)전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 등 국가 예산을 호남보다 휠씬 많이 영남에 쏟아부은 것을 현지에서 알아주지 않고 있다" 고 답답해했다.

무엇보다 민국당 출현의 변수가 밀려나고 민주-한나라 양당구도로 가는 데 대해 애석함을 감추지 못한다. 이런 표정과 반응들은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밀릴 경우 국정 장악력을 놓칠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다른 실무관계자는 "한나라당이 1당으로 큰소리치는 상황은 상상하기도 싫다" 고 말한다. 청와대 일부에선 "지역기반이 열세인 소수정권의 한계로선 불가피하다" 는 운명론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병역.재산.전과문제에서 과거 여당이던 한나라당의 의혹이 우리보다 휠씬 많으며, 유권자들이 결국 이런 점을 판단해 표를 찍을 것" 이라고 자신했다.

그런 속에서 DJ대 반DJ의 구도가 덮여질 것으로 기대했다. 선거흐름을 반전(反轉)시킬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는 "金대통령이 걱정하는 것은 IMF의 위기극복과 개혁의 열정이 이번 선거로 퇴색할까 하는 것" 이라면서 "DJ가 국정운영을 잘 하고 있다는 여론 평가가 투표로 이어질 것" 이라고 강조했다.

김진국 정치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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