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디지털 소니'…다시 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 소니가 디지털 전략 신(新)병기로 내세우는 신개념의 캠코더들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지난 주 일본 도쿄에서 발표한 고화질(HD) 가정용 캠코더(사진아래)와 이미 출시한 DVD를 저장매체로 사용하는 캠코더.

지난 9일 일본 도쿄(東京) 중심부 긴자(銀座)에 있는 소니 빌딩은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붐볐다. 건물 안은 전시된 제품을 구경하거나 소니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을 조작하는 내방객들로 활기가 가득했다. 빌딩 현관에는 소니 캠코더 모델인 한국 탤런트 배용준씨의 실물 크기 광고판이 입장객을 맞고 있었다.

이곳을 안내한 소니 관계자는 "조금씩 늘고 있는 방문객의 숫자에서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10년 불황의 긴 터널을 벗어나 기지개를 펴고 있는 일본 기업들. 일본 기업이 되살아날 조짐은 일본 가전의 자존심이라는 소니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전 세계 가전시장의 위축과 삼성 등 아시아 경쟁업체들의 급부상으로 움츠러들었던 소니는 최근 잇따라 디지털 신제품을 내놓으며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 HD 기술로 부활 꿈꾼다=소니는 지난 8일 도쿄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고화질(HD) 가정용 캠코더(HDR-FX1)의 발표회를 열었다. 이 제품은 방송 장비 시장을 이미 주름잡고 있는 소니의 HD 기술을 '일상 생활' 영역까지 확대하려는 전략의 산물이다. 다무라 마사히로 아태 지역 담당 사장은 "HD 방송이 시작되면서 소중한 추억을 생생한 영상으로 찍어 보관하려는 소비자의 욕구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니는 이날 캠코더 시장이 급성장하는 한국.중국.태국.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기자 50여명을 초청하기도 했다.

이 캠코더에는 황금밭으로 떠오르고 있는 HD 관련 가전 시장을 장악하려는 소니의 야심이 담겨 있다. 무게 2㎏의 이 제품은 HD 방송으로 얼굴 솜털까지 볼 수 있는 선명하고 깨끗한 화질에 '맛들인'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이 제품은 소니가 주도해 개발한 차세대 저장매체인 '블루레이' 디스크와도 연결된다. 블루레이 디스크는 파장이 조밀한 청색 레이저를 이용, 현재의 DVD 보다 5~6배 이상 데이터를 담을 수 있어 HD방식의 녹화.저장에 적합하다. 소니는 이미 지난해 블루레이를 지원하는 DVD 리코더를 출시한 바 있다. 소니 관계자는 "캠코더로 찍은 HD 영상을 '바이오'(소니의 PC 브랜드)로 편집해 블루레이 리코더로 저장하고 '베가'(소니의 디지털TV 브랜드)를 통해 보게 하자는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 디지털 기술에 전력투구=소니의 발전사는 '시장 창조'의 역사라 할 만하다. 1950년대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비롯해 70년대 워크맨, 80년대 캠코더, 90년대 플레이스테이션과 평면TV 등이 혁신적 기술로 만들어낸 소니의 히트작이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소니는 시장을 뒤흔드는 이렇다할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액정화면(LCD)이나 벽걸이TV용 화면(PDP)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다가 경쟁업체인 삼성에 패널 공급을 의존하는 일마저 벌어졌다. 2000년 이후 매출과 순이익은 정체 내지 감소세를 보였다.

이런 상황을 디지털 영상 기술로 타개한다는 것이 소니의 복안이다. 소니 디지털이미징사업부 네모토 쇼지 사장은 "이번 HD 캠코더 개발은 소니의 디지털 가전 독주 시대를 여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HD 기술 외에 소니는 최근 다양한 디지털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최근 'LCOS'라는 새로운 기술 기반의 70인치짜리 프로젝션 TV를 선보이는가 하면 고해상도의 레이저 프로젝터를 개발하기도 했다. 한국시장에서는 건전지 하나로 100시간을 작동할 수 있는 MP3 플레이어를 출시했다.

도쿄=이현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