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상인 스스로 규약 만들어 손님 불만 신고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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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동대문시장에 있는 신흥상가 밀리오레의 2층에 있는 한 숙녀복 매장은 28~30일 사흘간 문을 열지 못했다.

반품을 요구한 손님과 말다툼한 게 화근이었다. 손님에게 불친절했다는 이유로 상가운영위원회가 영업정지시켰기 때문이다.

밀리오레는 최근 입주 상인을 대상으로 가혹한 벌칙을 만들어 시행에 들어갔다. 불친절한 상점을 강제로 휴점시키는 제도가 바로 그것.

입주 상인이 고객과 말싸움을 한다거나 환불.반품 문제로 손님과 다툼이 생겨 불평.불만 신고가 접수될 경우 해당 점포의 문을 사흘간 닫도록 하는 것이다.

한 점포가 1.5평 정도 공간에서 하루 평균 1백만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여간 큰 불이익이 아닌 셈이다.

무엇보다 입주 상인들은 영업 정지당할 경우 불친절한 상점으로 소문이 돌아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처럼 '무시무시한' 벌칙 도입을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결정했다는 사실이다.

개점 당시 상가관리회사가 반품.환불을 세번 이상 거부하는 상점을 퇴점시키려는 조치를 강제로 시행하려고 하자 상점들이 극력 반대했던 것과는 1백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상가운영위원회 이수근 대표는 "재래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상인들의 서비스 질을 향상하기 위해 극약 처방에 가까운 조치를 도입했다" 고 말했다.

재래시장 상인들간에 '친절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는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 서비스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동안 재래시장들은 주로 신흥 쇼핑몰들이 앞장서 편의.휴식공간 확충 등 '눈에 보이는'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신경을 써왔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상인들의 서비스 마인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재래시장을 찾는 고객들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전국 각지에 신흥 쇼핑몰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앉아 있어도 저절로 손님이 찾아오는 시절' (셀러 마켓)은 막을 내리고 상인들이 손님들을 찾아 나서야 할 상황(바이어 마켓)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는 것.

동대문 프레야타운은 올 상반기에 전체 입주상인 1천3백여명이 전문 교육기관으로부터 서비스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이번 교육때 상인은 물론 상가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도 교육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 상가 상인들은 지난해 11월에도 서비스 전문교육기관 '행동과학훈련원' 의 전문가들을 초빙해 ▶상인의 매너와 에티켓▶고객과의 인사법▶상담 화법▶불평.불만 처리법 등을 교육받았다.

상가 입구와 매장 내 에스컬레이터 주변에 서서 90도로 고객을 맞는 현장실습도 했다.

또 매월 발행하는 사보에 판매요령 등을 정기적으로 실어 서비스 마인드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의류 도매시장인 팀204는 지난달 20일부터 전체 입주 상인들이 친절봉사 캠페인을 하고 있다.

상인들이 모두 스마일 배지를 달고 고객들에게 친절봉사를 다짐하는 행사다.

인근 혜양엘리시움은 고객이 많이 몰리는 시간에 친절봉사를 강조하는 안내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양홍섭 전무는 "상인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하려고 손님이 많을 때 방송을 한다" 고 말했다.

혜양엘리시움 측은 올해부터 고객들을 데이터베이스화, 백화점처럼 단골이나 우량고객을 특별 대접하기로 했다.

에이피엠(apM)상가는 단골 고객들에게 외상카드를 만들어 주는 등 고객 모시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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