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불청객’오바마도 만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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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둘째)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만모한 싱 인도 총리(맨 왼쪽) 국빈 만찬장에서 미켈 살라히와 악수하고 있다. 살라히 부부는 초청장 없이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백악관은 27일 이 사진을 공개했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백악관의 ‘초대받지 않은 손님’ 파문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밤 만모한 싱 인도 총리 국빈 만찬에 참석한 불청객 타렉 살라히 부부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악수까지 나눈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대통령 경호를 책임진 미 재무부 비밀경호국(SS)은 당초 “살라히 부부가 금속검색대를 통과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위험에 처하진 않았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이들 부부는 백악관 블루룸에서 오바마와 악수를 나눴으며 함께 사진까지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오바마의 왼쪽엔 싱 총리가 서 있었다. 이들은 오후 6시45분부터 2시간 동안 머물렀고, 만찬장인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조 바이든 부통령, 람 이매뉴얼 비서실장과도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되자 마크 설리번 SS 국장은 29일 이례적으로 “우리가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명령을 받은 SS 요원들이 주소지인 버지니아 주 ‘오아시스’ 와이너리를 찾아갔을 땐 부부는 그곳에 없었다.

◆WP “취임식 때도 함께 촬영”=부부의 심상치 않은 이력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WP)에 따르면 이들은 오바마의 취임식에도 참석해 함께 사진을 찍었다. 2002년 결혼식은 하객 1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워싱턴 세인트매튜 성당에서 성대하게 치렀다. 앤서니 케네디 대법원장이 축사를 했고 만찬엔 36인조 밴드, 바텐더 50명, 요리사 46명이 동원됐다.

하지만 부부의 이같이 화려한 생활 이면은 빚으로 점철돼 있었다. 와이너리는 부모 소유로 현재 파산 상태다. 타렉이 부모를 상대로 이 와이너리의 소유권을 주장해, 부자간에 법정소송도 진행 중이다. 실제 거주지인 버지니아 프런트로열의 2층 주택도 할부금이 체납돼 있다. 이웃주민들은 이외에도 부부가 여러 건의 빚 독촉에 시달려 왔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살라히 부부의 대변인이 인터뷰 조건으로 수십만 달러를 요구하며 TV 방송국들을 접촉 중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이들이 30일 ‘래리 킹 라이브’ 쇼 출연 약속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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