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권력기반 강화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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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테러 대책의 일환으로 연방정부의 중앙집권 강화를 골자로 한 정치제도 개편을 선언했다. 이에 야당은 "권위주의 독재체제 강화"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3일 "권력기관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테러에 승리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개편안 제시의 이유를 설명했다. 개편안을 담은 '러시아 연방 주체의 행정부 구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11월 이전에 의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 중앙집권 강화=이날 푸틴 대통령은 지금까지 지역주민들이 직접 선출하던 주지사 등 지방정부 지도자를 연방정부 대통령이 사실상 직접 임명하는 제도 개편안을 제시했다. 형식상으론 연방정부 대통령이 추천하는 후보를 지방정부 의회가 추인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러나 연방 대통령이 추천한 인사를 지방의회에서 거부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직접 임명이나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 연방 국가두마(하원) 의원 선거에서 지역구제를 폐지하고 비례대표제만 남길 것을 제안했다. 지역주민들이 직접 의원 후보들에게 투표하는 지역구제 대신 정당 투표를 통한 정당별 지지율에 근거, 각 당이 추천한 후보들을 의원으로 선출하는 비례대표제만 이용하자는 것이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하원 의원 450명 가운데 절반은 지역구제로, 절반은 비례대표제로 선출했다. 집권세력에 대한 비판기능을 수행해온 소수 정당과 무소속 출신 의원들의 의회 진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 야당 반발=푸틴 대통령의 정치제도 개편안에 대해 일부 야당 인사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는 푸틴 대통령의 정치제도 개편안은 "권력찬탈 기도"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우익 성향의 야당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는 "연방제 원칙을 폐지하고 러시아를 전제주의 국가로 몰고 가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현재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당인'단합당'이 의회 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이번 정치제도 개편안은 의회에서 승인될 가능성이 크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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