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 올림픽 … 브라질 ‘비상의 양 날개’ 펼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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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대륙의 ‘신흥 대국’ 브라질이 양 날개를 활짝 펼쳤다. 세계 2대 스포츠 이벤트인 축구 월드컵과 여름올림픽 개최권을 잇따라 따내면서 국가 브랜드 향상과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가 지난 10월 3일(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16년 여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남미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은 IOC 출범 122년 만에 처음이며, 리우는 1992년 올림픽 개최지 후보에 나선 이후 네 번째 도전에서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에 앞서 2007년 10월에는 브라질이 2014년 월드컵 개최지로 확정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0월 30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무기명 투표 결과 브라질이 개최국으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브라질은 2014년 월드컵 단독 후보국이었다.

세계 2대 스포츠 이벤트인 월드컵과 올림픽을 2년 시차를 두고 한 나라에서 개최한 것은 유례가 없다. 그만큼 브라질이 국제 사회와 스포츠계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브라질은 어떻게 월드컵과 올림픽 개최권이라는 두 가지 선물을 받게 됐으며, 양대 지구촌 축제를 통해 무엇을 얻게 될까.

◆올림픽 유치 “룰라의 승리”=2016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에서 리우의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았다. 이미 브라질이 2014년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된 터라 “월드컵 직후 올림픽까지 브라질에 주는 건 지나치다”는 견해가 국제 스포츠계에서 우세했다. 오히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가 오바마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개최지로 선정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1차 투표에서 시카고가 일찌감치 탈락한 반면 시카고 지지표를 흡수한 리우는 3차 투표에서 스페인 마드리드를 꺾고 승리했다.

오바마는 부부 동반으로 코펜하겐까지 날아가 프레젠테이션에 참여하는 열의를 보였지만 룰라 대통령을 이기지 못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오바마보다 룰라의 연설이 더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개최지 선정 투표에 앞서 열린 IOC 총회 연설에서 룰라는 “브라질 경제가 올해 1% 이상 성장할 것이며 지난 수년간 3000만 명을 빈곤에서 탈출시켰다”고 말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가국이면서 세계 10대 경제국이란 점도 강조했다. 브라질이 올림픽을 개최할 충분한 경제력을 갖췄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룰라의 호소력 있는 연설에다 ‘남미에서 올림픽이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었다’는 ‘기회균등론’이 먹혀 리우에 몰표가 갔다.

브라질은 리우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경제적 위상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정부는 올림픽을 대비해 기반시설에 총 111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상파울루 대학 경영연구소는 올림픽 개최로 2027년까지 511억 달러의 경제 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밝은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시설 투자는 임금과 물가를 올리는 부작용을 낳는다. 또 경기가 열리는 도시에만 자금이 몰리면서 다른 도시와의 격차가 벌어져 양극화도 우려된다. 외국인이 가장 걱정스러워하는 리우의 치안을 안정시키는 것도 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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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통해 국가홍보 효과 극대화=브라질은 1950년 이후 64년 만에 월드컵을 개최하게 됐다. 브라질은 58년 스웨덴, 62년 칠레, 70년 멕시코, 94년 미국,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승해 역대 최다인 5회 우승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브라질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축구의 최강이며 최고의 선수들을 꾸준히 배출해 왔다. 지금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 세계 최고 리그와 한국·중국·일본, 중동 각국에 선수들을 공급하고 있다. 2014년 월드컵을 통해 브라질은 ‘축구 지존’의 자리를 더욱 굳건히 할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의 경제 효과도 올림픽 못지않다. 2014년 월드컵 경기를 TV로 시청하는 사람은 연인원 40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올림픽 시청자의 10배가 넘는다. 월드컵의 경제 효과는 이러한 세계적 관심 때문이다. 월드컵을 개최하는 나라는 소비가 촉진되고,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늘어 경제가 활성화된다.

보이지 않는 효과도 있다. 국가의 인지도를 높이고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통해 우리나라가 거둔 경제 효과는 26조원이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브라질은 2014년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경제가 재도약해 세계 5위권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도로·철도·항만 등 인프라 확충, 빈부격차 해소, 관료주의 타파, 부품소재 등 기초산업 경쟁력 제고, 외국인 투자유치 확대, 심해유전 개발 등 국가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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