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괴질'구제역 가능성…축산농가 등 큰 피해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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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경기도 파주에서 20일부터 발생한 젖소 15마리의 수포성 질환이 가축에 치명적인 '구제역(口蹄疫)' 일 가능성이 작지 않아 파문이 커지고 있다.

바이러스 검사 결과가 나오는 이번 주말께 구제역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축산농가는 물론 사료.유가공 업체, 정육점 등 관련 업계의 손실이 클 것으로 보여 농가와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 현황〓농림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측은 이번 수포성 질환이 입과 발굽에 물집이 번지면서 앓는 구제역과 증상이 비슷하다는 점과 최근 일본에서 의사(疑似)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들어 구제역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구제역으로 판명될 경우 국내에서는 1934년 이후 66년 만에 발생하는 것이며 축산물 수출 중단 등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농림부는 다만 ▶발생 지역이 농장 한곳에 국한되고 구제역에 더 취약한 돼지보다 젖소에만 나타난 점▶그후 반경 20㎞ 지역의 가축들에서 증상이 발견되지 않은 점▶구제역의 잠복기간이 3일 전후인 점에 비춰 구제역이 아닐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농림부는 구제역이 공기를 통해 순식간에 전염되는 무서운 질병이기 때문에 인근 10㎞ 지역의 가축 이동을 통제하며 축사를 불태우는 등 구제역에 준하는 강도 높은 방역조치를 취하고 있다.

97년 구제역이 발생했던 대만의 경우 4백만마리의 돼지가 폐사하고 축산물 수출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대만은 당시 41조원의 피해와 함께 관련 산업 종사자 18만명의 실직 사태로까지 이어져 경제성장률이 1.2~1.4% 하락한 것으로 추산됐다.

◇ 현지 반응〓20일 젖소 사육농가에서 수포성 가축 질병이 발생, 예방 차원에서 27일까지 인근의 소 1백5마리를 죽여 묻은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금파리(본지 28일자 31면, 29일자 35면)에서는 29일에도 수의사 84명이 긴급 예방접종을 벌였다.

방역 당국은 파평.적성면과 문산.파주.법원읍 등 최초 발생지역으로부터 반경 10㎞ 이내에서 키우는 발굽이 두개인 가축 15만여마리에 대해 다음달 2일까지 백신 접종을 마칠 예정이다.

또 반경 20㎞ 이내 지역 가축 36만여마리에 대한 이동을 금지하고 소독작업을 했다.

파주시 주요 도로 27곳에 설치된 통제소에서는 군인.경찰.지역공무원 수백명이 나와 가축의 외지 반.출입을 통제했다.

군.경은 금파리에 남아 있는 볏짚.사료.분뇨 등을 수거해 소각하는 한편 발생지역 마을로의 외부인 출입도 통제했다.

이 마을 입구에선 29일 자정까지 축산 농가에서 수거한 볏짚과 사료 등을 소각하느라 밤 하늘에 불꽃이 가득했다.

발생지에서 3㎞ 가량 떨어진 파평면 율곡4리에서 젖소와 비육우 1백마리를 키우는 축산농민 유화동(36)씨는 "10년간 고생해 겨우 기반을 잡게 됐는데 큰일났다" 며 "최악의 질병인 구제역이 아니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고 말했다.

◇ 전염 경로〓농림부는 유입 가능 경로를 세가지로 추정하고 있다.

우선 ▶구제역이 발생한 국가의 동물이나 쇠고기.돼지고기 등 축산물이 국내에 반입됐거나▶항공기.선박에서 구제역 바이러스가 묻어 있는 축산물의 남은 음식물이나 여행객이 매개체가 됐을 가능성을 들고 있다.

이와 함께 ▶공기나 물을 통해 전파됐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이 경우 중국에서 번지고 있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황사 바람을 타고 서해를 건너왔거나 북한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공기나 강.야생동물에 의해 넘어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역 당국 관계자는 "대만도 97년 구제역 발생 원인을 중국 밀수품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 이라며 "우선 방역작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 말했다.

전익진.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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