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현장을 간다] 후보 등록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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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8일 시작된 전국 2백27개 지역구의 총선후보 접수처에는 등록을 먼저 하기 위해 후보 대리인들이 등록업무 시작 전부터 몰려 북새통을 이뤘으나 특별한 사고 없이 순조롭게 등록이 진행됐다.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신장식 후보와 서울 종로구의 청년진보당 최혁 후보는 선거기탁금 2천만원 전액을 1백원.10원짜리 등 동전으로 마련해 관할 선관위에 납부했다.

申후보가 1t트럭으로 관할 선관위에 가져온 기탁금은 1백원짜리 동전 20만개로 담은 자루가 80개나 됐다. 申후보는 기탁금을 납부하면서 "정부가 과도하게 기탁금액(2천만원)을 매겨 돈이 없는 국민들의 국정 참여를 막고 있다" 고 주장했다.

崔후보도 기탁금 2천만원을 10원짜리에서 5백원짜리 등 여러 종류의 동전으로 납부했다.

○…광주 남구의 강도석 후보는 1988년 13대 총선부터 총선.지방선거에 이 지역에서만 무려 8번이나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강후보는 "자유롭게 정치하고 싶어 무소속을 선택했고, 여러 차례의 출마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며 7전8기를 공언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구 후보들이 서둘러 등록을 한 데 비해 한나라당 광주지역 총선후보 공천자 6명은 28일 한명도 등록을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당선권 비례대표 후보에 광주.전남지역 인사가 1명도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한 항의 표시인 것이다. 한나라당 광주시 지부의 한 관계자는 "비례대표 후보 순서를 다시 조정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6명 모두 공천권을 반납하고 출마하지 않을 것" 이라고 밝혔다.

○…서울 중구.강남갑.성동.서대문 갑, 부산 연제구, 충남 보령.서천 등 상당수의 지역 선관위에선 각 후보측이 후보등록 개시시간 이전부터 몰려 등록순서를 놓고 추첨을 벌였다.

선관위는 '후보등록 접수 시작 이전 두 후보 이상이 먼저 와서 기다릴 경우 제비뽑기를 통해 접수 순서를 결정한다' 는 방침에 따라 먼저 추첨 순서를 결정하기 위한 1차 제비뽑기를 하고 접수 순서를 결정하는 2차 제비뽑기를 진행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 '먼저 등록하면 당선' 이라는 선거판의 오랜 미신 때문인 것 같다" 고 분석했다.

○…수도권 최대의 격전지 중 하나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선관위 사무실에는 등록 시간 이전부터 분당갑의 한나라당 고흥길, 분당을의 민주당 이상철.자민련 오세응 후보 측근들이 몰려 진을 쳤다.

오전 9시쯤 후보자 중 가장 먼저 선관위 사무실을 찾은 고후보와 9시20분쯤 사무실에 나온 분당갑의 민주당 강봉균 후보는 간단한 악수만 나눈 채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았았다. 고후보와 강후보는 각각 오전 11시, 9시30분에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공약을 발표했는데 두 후보 측근들은 회견 시간을 정하는 것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여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오전 8시57분쯤 후보등록을 위해 대구 달성군 선관위 사무실에 도착한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는 동생 지만씨를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박씨보다 10분 일찍 선관위에 도착해 있던 민주당 엄삼탁 후보 지지자 20여명은 박씨 남매가 사무실로 들어서자 박수를 치며 격려하기도 했다.

○…오전 9시10분쯤 대구 수성구 선관위 사무실에 나온 한나라당 김만제 후보는 자민련 박철언 후보를 의식한 듯 "평소 (박철언 후보와) 잘 아는 사이인데도 '포항제철 직원들이 내 선거운동을 해주고 있다' 는 등 억지를 부린다" 며 "정권교체 직후 포항제철과 관계는 모두 정리됐다" 고 주장했다. 박후보는 선관위 사무실에 나오지 않고 대리인이 등록했다.

○…부산 사상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려했던 조모(45)씨는 후보등록을 하려다 형 집행이 만료되지 않은 사실이 밝혀져 후보등록을 하지 못했다.

선관위 조사 결과 조씨는 1998년 5월에 부산지방법원에서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으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오는 5월 27일에 형 집행이 만료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지난번 대통령사면 때 피선거권이 회복된 줄 알았다" 고 말했다.

사회부.전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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