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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대표 김호곤·주순안 부부 올림픽 동반 출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올림픽 부부'. 요트 국가대표 김호곤(29.보령시청).주순안(30.여수시청)부부가 2000시드니올림픽에 동반 출전한다. 올림픽에 부부가 출전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김호곤은 1998년 일찌감치 올림픽 레이저급 출전권을 획득했고 주순안은 지난 1월 미스트랄급 출전권을 따냈다.

시드니올림픽 요트 출전권을 따낸 국내 선수는 3명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해 12월 결혼한 새 신부 주순안은 결혼 한달만에 이역 아르헨티나에서 빌린 배로 출전권을 따내 요트계를 놀라게 했다.

두 선수는 각각 고1.고2때인 87년 요트를 시작해 그해 여름 요트협회 청소년캠프에서 처음 만났다.

'바다사나이' 가 되기로 작정한 까까머리 김에게는 주순안이 아름답기만한 '해변의 여인' 인 동시에 올라서지 못할 '연상의 여인' 이었다.

요트계는 당시까지 여자 선배도 남자 후배를 얼차려시킬 만큼 선후배 질서가 엄했다.

선배인 주는 운동을 시작한지 2년만인 89년, 김은 91년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바닷물이 요트에 고드름이 매달릴 정도로 추운 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용감하게 돛을 올리는 주의 모습에 후배 김은 또한번 반했다.

주순안이 형편이 어려운 쌍둥이 동생 뒷바라지를 위해 운동을 그만두고 고향인 여수로 내려왔을 때 김호곤은 큰 힘이 됐다.

95년 추석 양복을 새로 사입고 무작정 여수집으로 찾아가 선배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두 선수는 이후 첫대회인 95년 싱가포르대회에서 동반 우승을 차지했고 96애틀랜타 올림픽에 함께 나갔다.

보령 21평 아파트에 신접살림을 차린 요트부부는 결혼 1백일이 지났지만 함께 생활한 날이 보름도 안된다.

빡빡한 훈련스케줄 때문에 올림픽이 벌어지는 9월까지 견우.직녀가 돼야할 판이다. 아이는 올림픽이 끝난 후 가질 작정이다.

김호곤은 2002아시안게임 후 은퇴를 생각하고 있으나 주순안은 남편보다 의욕이 넘친다.

여수〓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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