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30만 소년병 총알받이 신세…독일 주간지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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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전 세계에서 약 30만명의 소년병들이 '어른들의 전쟁' 에 끌려나가 '총알받이' 로 희생되고 있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최신호가 보도했다.

슈피겔지에 보도된 소년병의 실태는 끔찍하다.

스리랑카의 타밀 반군은 소년병의 몸에 폭탄을 묶은 채 적 진지로 뛰어들게 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이란.이라크 전쟁 때는 이란 소년병들이 최전방에 투입됐다. 이들은 고스란히 총알받이가 됐다.

콜롬비아의 마약 전쟁에 투입된 소년병들은 지뢰밭 시험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들 어린이들은 용감히 싸우다 죽으면 곧바로 천국에 간다는 말에 속아 겁없이 죽어가고 있다고 슈피겔지는 전했다.

1997년부터 유엔 소년병 보호 특별위원으로 일하는 올라라 오툰누 전 우간다 외무장관은 "어린이들이 현대전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용감한 병사여서 각국의 반군 및 게릴라 지도자들이 선호한다" 고 말했다.

전쟁에서 완력이 필요하던 과거에는 소년병들이 실제 전투에서 별 쓸모가 없었다.

그러나 현대의 자동화된 무기는 어린이들도 쉽게 조작할 수 있다. 게다가 어린이들은 심리적인 조작이 쉬워 무모한 작전에 투입하기 쉽다. 소년병은 돈을 요구하지도 않고 많이 먹지도 않는데다 아주 위험한 임무에 손쉽게 몰아넣을 수 있다.

그래서 반군 지도자들에게는 어린이들이 '꿈의 병사' 로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아프리카의 수단.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우간다 등에는 약 12만명의 소년병이 있으며 아시아에선 미얀마의 카렌 반군, 스리랑카의 타밀 반군, 아프가니스탄 반군 등에 소년병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서는 이처럼 극단적인 소년병 착취 사례는 없지만 북아일랜드와 발칸 지역에서 수천명의 청소년들이 총을 들고 싸우고 있다.

유엔은 소년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18세 미만자의 군입대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서방 선진국들조차 소년병을 합법화 하고 있는 추세여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은 16세 이상이면 군에 입대할 수 있으며 미국은 17세부터 신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어린이가 2백만명이나 된다. 또 6백만명이 장애인이 됐으며 약 1천만명이 심각한 정신장애를 겪고 있다.

[베를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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