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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리포트] 튀는 뷰캐넌, 대선 '양념' 역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앨 고어 부통령(민주당)과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공화당)의 양자대결로 굳어져 밋밋한 요리처럼 돼버린 미 대선가도에서 제3의 사나이 패트릭 뷰캐넌이 '양념' 역할을 하고 있다.

닉슨과 레이건의 백악관 참모 출신이지만 보수적 논객.TV 사회자로 더 알려진 인물. 5개월 전 공화당을 탈당, 현재 제3당인 개혁당의 후보 1순위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좌.우를 넘나드는 소신과 그야말로 좌충우돌인 스타일이다.

미국 정치인에겐 좌.우 한쪽을 정해 지지세력을 엮는 전략이 많다.

예를 들면 급진적 흑인 분리주의자 패러컨(Farrakhan)에게 밀착하는 제시 잭슨 목사나 존 매케인에게 밀리자 인종차별로 악명높은 기독교 극우파 성향 밥 존스대학을 방문한 부시 지사가 있다.

그러나 뷰캐넌은 공공연한 마르크스주의자인 개혁당의 실세 펄라니(Fulani)와 친하면서도 백인 우월 성향의 남부 연합주의 잡지인 '서던 파티잔' 의 특별고문이기도 하다.

이 잡지는 암살범 부스가 노예제도 폐지를 주도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죽인 뒤 외친 구호가 적힌 티셔츠를 팔 정도로 극우적이다.

그렇다면 뷰캐넌의 정체는 무엇인가. 가장 분명한 것은 그가 미국의 폐쇄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놓는 미국주의자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세계와 엉키면서 진행하고 있는 거의 모든 정책과 현상을 비판한다.

대표적으로 그는 세계무역기구(WTO)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같은 글로벌 이코노미 체제를 강력히 반대한다.

그는 이렇게 외친다. "자유무역 덕분에 월 스트리트 주가가 솟구치고 최고 경영자들은 연봉기록을 경신하는지 몰라도 중부 미국에서는 공장이 문을 닫고 산업기반이 침식당한다.

미국의 남녀 노동자들은 글로벌 이코노미의 희생자다. 세계 최대의 채권국이었던 미국이 최대의 채무국으로 전락했다. "

부시와 고어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주도한 코소보 전쟁을 지지했지만 그는 "왜 미국 청년이 피를 흘려야 하느냐" 며 질색한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1년 안에 미군 병사들을 모두 발칸반도에서 빼내겠다" 고 공언했다. 동성연애 같은 문제에 대해선 조금의 관용도 없다.

뷰캐넌에 대한 유권자 지지도는 현재 5% 정도다.

1996년 대선에서 개혁당 후보(로스 페로)는 8.55%를 얻었다. 연방정부가 정당에 선거자금을 지원할 때 붙이는 '5% 이상 득표' 조건을 넘은 것이다.

뷰캐넌은 개혁당 후보로 선출되면 1천2백60만달러의 연방자금을 받는다. 하지만 뷰캐넌이란 존재로 대선판이 더욱 다채로워진다면 이 돈은 그리 비싼 게 아닐 것이다.

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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