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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벤치에 앉아 읽는신문 제목까지 엿볼 수 있다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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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우주기구(ESA)가 2004년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군사감시 위성이 탑재된 아리안-5 로켓을 발사했다.

▶▶▶미사일 발사를 조기에 감지하는 조기경보위성

월간중앙 러시아에서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약 30분 후 미국에 떨어진다. 따라서 가상적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았는지 여부를 알아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임무를 위해 제작한 것이 조기경보위성이다. 조기경보위성은 미사일 발사를 탐지할 수 있도록 특별히 설계했다.

적외선카메라를 탑재한 조기경보위성은 적의 미사일이나 핵폭탄 발사를 조기에 감지해 적의 공격에 미리 대처하도록 도와주는 위성이다. 또한 시험평가 중인 미사일의 성능에 대한 정보도 수집한다. 조기경보위성의 빠른 정보 속도와 정확성은 기습공격 가능성을 줄여주고 전쟁을 억제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조기경보위성은 이륙하는 미사일 로켓을 탐지하기 위해 적외선 센서를 사용한다. 고도 3만6000km의 정지궤도에서 미사일이나 로켓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기가스의 열을 고성능 적외선 센서를 사용해 감지한다.

걸프전 때 이라크의 스커드미사일 발사를 미리 감지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구밀집지역이나 군사지역에 알려줘 피해를 줄인 미국의 미사일 조기경보위성 DSP(Defense Support Program)는 조기경보위성의 대표적 예다. DSP는 미국 조기경보 시스템의 핵심으로 꼽히는 위성이다.

예전에 러시아는 1년에 4개의 조기경보위성을 쏘아 올렸다. 미국의 위성은 실질적으로 내구성의 한계는 없지만 매년 1개 또는 2개의 위성이 향상된 센서와 장비를 탑재하고 새롭게 발사된다. 1997년 2월 DSP 18호를 고도 3만6000km에 올려놓은 미국은 이를 통해 미사일 발사에 대한 경보와 방어, 미사일에 대한 기술정보, 전장(戰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1999년 8월 북한이 대포동1호를 시험발사했을 때 이를 확인한 것도 DSP 위성이다. 또 4월5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전후해 동해와 태평양 상공에서 치열한 감시 추격전을 벌여 이 로켓 발사를 최초로 확인한 것도 DSP다. 로켓의 추진체가 점화되면서 발생한 화염과 버섯구름을 적외선 감지기로 포착해 미국 본토의 북미방공우주사령부(NORAD)로 즉각 통보했다.

그러나 DSP 위성만으로는 조기경보 능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는 없다. 때문에 미국은 적외선을 이용해 미사일 발사 여부를 탐지하는 SBIRS(Space-Based Infrared System) 위성을 제작하고 있다. DSP와 SBIRS 위성은 현재 미국이 구축하려는 미사일방어체제(MD, Missile Defense)의 조기경보 능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둘째 단계는 적의 미사일 침투 방식이 더 복합적인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 단계의 핵심은 지구 저궤도에 20~30기의 위성을 배치하는 감시추적위성체계(STSS)다. 이들 위성은 적의 미사일이 로켓 추진체가 아직 붙어 있는 단계뿐만 아니라 추진체와 분리돼 대기권 밖을 순항하는 단계(추진체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탐지가 어렵다)에서도 위치를 추적하게 된다.

다시 말해 저궤도 감시추적위성체계는 근접해 오는 미사일의 탄두와 그 비행방향을 탐지하는 데 집중한다. 그 대신 한꺼번에 많은 미사일을 요격하지는 못한다. 접근해 오는 탄두가 발산하는 열의 양을 측정해 진짜 탄두와 가짜 탄두를 분별하는 역할도 맡는다.

내년쯤이면 정지궤도와 타원궤도에 6기의 위성을 배치하는 적외선위성체계(SBIRS)와 감시추적위성체계의 배치가 끝난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조기경보위성을 중심으로 이미 미래 우주전투체계에 들어섰다.

▶▶▶적국의 전파나 통신을 도청하는 도청위성

미국 정보기관은 그동안 도청 쪽에서도 상상을 불허하는 첩보작전을 벌여왔다. 러시아 모스크바 하수관 속의 전화선이나 독일 베를린장벽 밑으로 지나가는 전화선을 도청했는가 하면, 유라시아대륙을 달리는 옛 소련의 화물열차 짐칸에 핵탄두 탐지장치를 실어 핵활동을 감시했다.

1977년 6월20일에는 청와대 집무실을 도청해 로비스트 박동선(朴東宣) 씨가 미국 의원들을 매수한 정보를 알아냈다는 내용이 <뉴욕타임스>에 보도돼 외교문제로 비화하기도 했다. 또 통신을 감청해 북한이 실제로 대포동 2호 미사일을 곧 발사한다는 결정적 정보를 확보하기도 했다.

도청위성은 적국의 전파나 통신을 도청하는 일을 맡는다. 전화나 신호를 도청하는 위성을 이용해 미사일의 이동 상황과 발사 준비 상황을 정밀 관측한다. 기본적으로 군사지역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전파나 레이더 전송 내용을 기록해 지상국으로 보낸다. 비밀정보를 알아내려는 상대 나라의 미사일 시험에서 나오는 신호를 잡아내고, 무기개발을 감시한다.

무기통제협정을 제대로 준수하는지 감시하기 위한 것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통신 감청망은 ‘에셜론(ECHELON)’이다. 에셜론은 첩보위성 120여 개를 이용해 전 세계 모든 종류의 통신을 감청하는 시스템이다. 미국·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 등 5개국의 정보기관이 연합한 거대 네트워크다.

미국은 중남미·러시아·아시아·중국 등의 정보 수집을 담당하고, 캐나다는 러시아 북부지역, 영국은 유럽과 아프리카와 러시아 서부지역, 호주는 인도차이나와 서아시아지역, 뉴질랜드는 태평양 서부지역을 담당한다. 에셜론은 대륙을 오가는 모든 형태의 통신 내용을 감청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해저 광케이블과 인공위성을 이용해 인터넷 이메일과 팩스, 무선통신, 국제전화 통화량의 90%(매일 30억 건의 통신)를 가로챈다. 다시 말해 도청으로부터 안전지대는 없다는 것이다. 에셜론의 핵심 기술은 공중에 떠다니는 전파와 인터넷망 등에서 무차별적으로 수집한 정보 중 특정 정보를 걸러내는 기술이다.

이를테면 외국의 친구에게 보내는 이메일에 ‘대통령’ ‘테러’ ‘공산주의’ 같은 특정 단어를 사용했다면 인공위성과 해저 케이블에 설치된 탐지기들이 이것을 포착해 그 내용을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같은 정보기관으로 보낸다. 에셜론의 무선 감청 원리는 간단하다.

우리가 라디오를 들을 때 주파수를 맞춰 원하는 방송만 듣는 것처럼, 무선 감청은 수없이 떠다니는 전파 중에서 원하는 신호만 잡아내면 된다. 이와 같은 방식을 적용해 위성을 이용해 해당지역의 모든 전파를 수신하면 그 지역에서 전파되는 모든 무선통신 내용을 가로챌 수 있다.

이 시스템의 취지는 국제 안보를 위해 테러리스트, 마약 거래, 정치·외교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기업과 국제무역까지 서슴지 않고 감청하고 있다. 더욱이 에셜론에서 수집한 정보를 자국 기업에 넘겨주기까지 한다. 이런 이유로 현재 에셜론은 국제 분쟁의 요소다.

이전에 에셜론에 가입한 5개국은 감청한 모든 정보를 제공받는다. 하지만 제3 가입국은 5개국과 달리 정보 접근이 제한적이다. 제3 가입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소속 국가들과 일본·한국·터키 등이 포함돼 있다. 세계의 또 다른 감청망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미국의 도청위성으로는 점프시트·볼텍스·오리온 등이 있는데 이들은 국가정찰국(NRO)이 관리한다.

국가정찰국은 1992년 일반에 알려질 때까지 존재 자체가 비밀이었다. 매그넘·오리온 계열의 위성은 미사일 시험 중에 전송되는 원격계측정보를 도청하고, 볼텍스 위성은 여기에 음성도청을 가미한다. 샬리트·볼텍스 위성은 비밀정보 도청을 수행한다. 이것은 마이크로파 신호, 전파 신호, 장거리 전화와 워키토키 대화 내용 등을 도청할 수 있는 대형 통신 집진기를 갖췄다.

러시아는 1960년대 말부터 비밀정보를 얻는 데 첼리나 위성을 운용하고, 프랑스·중국·독일·이탈리아와 일부 동유럽 국가, 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 등 적어도 30여 국가가 나름대로의 도·감청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이들 국가 또한 국가안보 분야의 정보는 물론 민간기업 정보까지 가로채 자국의 이익 확대에 활용한다.

도청 기술과 방지 기술을 보노라면 비밀을 빼내려는 사람과 지키려는 사람이 서로 속고 속이는 스파이 영화 같다. 더 작고 은밀하고 고성능 기기를 만드는 사람과 이들을 찾아내고 무력화하는 사람들의 대결이다.

글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0pu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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