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현장을 간다] 시·도의원 속속 선거캠프 합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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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전직 지방공무원과 지방의회 의원들의 몸값이 금값이다.

특히 지역 사정에 어두운 외지 출신 후보나 정치 신인들은 지역구의 뒷골목 사정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고 유권자들과 접촉하기 쉬운 이들을 자신의 캠프에 영입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충북도의회의 경우 7명의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부산 금정구의회는 전체 재적의원 15명 중 14명이, 동래구의회는 14명 중 9명이 특정 후보를 돕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의회의 경우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예정돼 있던 임시회를 아예 4.13총선 뒤로 미뤘다. 재적의원 40명 가운데 30여명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들의 캠프에 합류, 정상적인 의정활동이 힘들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서울 중랑갑선거구의 모후보는 "같은 당 소속 구의원이 의정보고회를 수시로 열며 자연스럽게 나를 홍보해 큰 도움이 된다" 고 털어놓는다.

전직 구청장.부시장.과장 등 고위공무원 출신들도 각 후보진영에서 선거대책본부장.사무국장 등 중책을 맡으면서 이번 총선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한석용(韓錫龍)전 강원도지사는 새천년민주당 도선거대책위 본부장을 맡고 있다. 이돈섭(李敦燮)전 행정부지사와 권혁희(權赫姬)전 강원도여성복지국장은 부본부장으로 일한다.

춘천선거구 민주당 이상룡(李相龍)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은 춘천시장을 지낸 박환주(朴桓周)씨가, 강릉선거구 민주당 최각규(崔珏圭)후보 캠프에는 명주군수 출신의 최중규씨가 선거살림을 맡고 있다.

민선 철원군수를 지낸 김호연씨가 한나라당 후보 캠프에 참가했으며, 화천부군수를 역임한 길현배씨가 자민련후보 캠프에 동참했다. 교육계 인사로는 유영환 전 춘천교육장이 민국당 한승수(韓昇洙)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청주 흥덕선거구는 권영주 전 흥덕구청장이 윤경식 한나라당 후보 캠프에서 선거대책본부장으로 활약 중이다. 충북도지사.충청대 학장 출신인 정종택(민주당.청원)후보 캠프에서는 차주용 전 충북도의원이 선거대책본부장으로 뛰고 있다.

충북 보은 - 옥천 - 영동선거구의 자민련 박준병 후보 캠프에는 최근 금효길 전 옥천군 기획감사실장이 사무국장으로 영입됐다.

그러나 전직 공무원 등의 선거캠프 동참에 대해 "이들의 행동이 후배 공무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중립을 지켜야 할 공직사회의 내부 분위기를 흐트러뜨리는 '신관권 선거' 가 우려된다" 는 지적도 있다.

최준호.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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