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개성공단 담당자 20명 내달 함께 중국·베트남 시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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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안북도 신의주의 한 신발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5일 이 사진을 보도하며 시찰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남북한의 경제 관료와 개성공단 관계자들이 다음 달 중순 중국과 베트남의 경제 현장을 함께 시찰한다. 각 10명으로 짜인 경제 시찰단은 열흘간의 일정으로 중국과 베트남의 주요 공업단지와 개혁·개방 현장을 방문한다.

남북 공동의 해외 경제 현장 시찰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 2007년 두 차례 이뤄졌으나 이명박 정부 들어선 처음이다. 북한 측 관계자의 항공료와 체류 비용 등은 통일부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된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지난 6월 남측이 개성공단 실무회담 때 해외 공동시찰을 제안한 데 대해 북한이 최근 호응해 왔다”고 말했다.

이번 남북 간 합의로 개성공단 사업은 순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단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북한 경제관료와 공단 관계자들이 해외 현장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북측이 전격 수용했기 때문이다. 10일 대청해전 이후 대남 비난이 재개되는 등 일부 난기류가 형성됐지만 개성공단을 주축으로 한 남북 경협관계는 지속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속내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지난해 7월 남한 관광객 피격 사망 이후 재개의 접점을 찾지 못하는 금강산 관광과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6일 “현재 달러 확보의 유일한 대남 창구인 개성공단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북한 당국이 다소 부담이 따를 수 있는 해외 시찰에 호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중국의 3~4개 공단과 베트남의 2개 공단을 둘러본다는 계획이다. 북한 관계자들이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 상하이에서 “천지가 개벽했다”고 탄복했던 산업 현장 등을 돌아볼 경우 북한 내부에 미칠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북한 관계자들은 중국 쑤저우(蘇州)의 LG전자 가전 생산라인 등을 직접 방문해 한국의 해외공단 진출 현장을 체험하는 기회도 가질 예정이다. 천해성 대변인은 “중국과 베트남의 성공적인 공단을 방문해 투자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과 법 제도, 출입·통관 시스템 등을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성공단을 국제 경쟁력을 갖춘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란 얘기다.

중국과 베트남은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자본주의 개혁·개방을 본격화한 곳이란 의미가 있다. 조영조 한국수출입은행 북한조사팀장은 “베트남은 한국의 지원을 많이 받은 공업단지가 있는 곳”이라며 “이를 잘 알고 있는 북한 시찰단은 꼼꼼히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해외시찰을 통해 공단 운영에 필요한 국제적 시각에 눈뜰 것이란 해석도 있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회장은 “북한은 중국·베트남 시찰 결과를 향후 개성공단의 임금이나 복지 향상을 요구하는 근거로 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 회揚� “하지만 남북이 서로 국제 기준에 맞추도록 상대에 요구하는 과정을 통해 선순환 구조의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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