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과거사 기본법 초안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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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과거사 진상 규명을 위한 기본법 초안을 확정했다. 본지가 13일 입수한 총 47조항에 달하는 '진실 규명과 화해를 위한 기본법' 초안은 고발 또는 수사 의뢰된 진실규명 사건의 공소시효가 남아 있을 경우 조사가 끝날 때까지 남은 공소시효를 정지시키도록 했다. 또 조사권 강화를 위해 해당 검찰청에 압수수색영장 청구 의뢰도 가능토록 했다. 조사기구가 수사 의뢰한 사건에 대해 수사기관이 불기소 또는 불입건하는 경우 그 이유를 적시토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기소가 됐을 때 공소시효가 중지되는 형사소송법과 달리 조사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를 중지시키거나 수사기관에 대해 불기소 이유를 적시하라는 등의 조문은 조사기구의 권한을 지나치게 강화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어 법리적 논란이 예상된다.

초안은 당초 일제 강점하 사건과 한국전쟁 전후의 불법적 희생사건을 포함해 해방 후의 ▶반민주적 행위 ▶헌정질서 파괴.위협 행위 ▶공권력에 의한 사망.상해.실종 사건 등을 조사 대상으로 잡았다. 그러나 당 과거사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는 13일 오후 모임을 갖고 "해방 후 문제는 국가 공권력에 의한 사망.실종사건 등으로 한정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 경우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실종 사건 등은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본지 9월 11일자 1면). 하지만 3선 개헌, 유신, 12.12 사태, 금강산댐 건설 등 개인에게 직접 피해를 주지 않은 사건은 제외된다.

초안은 논란이 됐던 동행명령권과 사면건의권도 부여키로 했다. 동행명령권은 정당한 사유 없이 3회 이상 출석에 응하지 않을 경우 발부토록 했다. 또 현행 사면법을 개정해 조사기구 위원장이 대통령에게 특별사면이나 감형.복권을 건의할 수 있게 했다.

과거사 TF는 조사가 끝난 뒤 국민 통합을 위해 조사 대상자에 대한 '정치적 특별 대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하자는 문안을 법안에 넣기로 했다.

열린우리당이 이 같은 법 초안을 마련한 것은 지난달 15일 노무현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국회 내에 과거사 진상규명 특위를 설치해야 한다"고 하는 등 과거사 규명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여당은 같은 달 16일 과거사 진상규명 태스크포스 단장에 원혜영 의원을 임명하는 등 곧바로 법안 마련에 착수했다. 원 의원은 노 대통령 측근 중 한명이며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에서 함께 정치 활동을 했다.

과거사 기본법 초안을 성안하는 데는 문병호(45.인천 부평구갑).정성호(43.경기도 양주-동두천시) 의원 등 율사 출신 초선 의원들이 주도했으며, 일부 시민단체의 의견도 초안에 반영됐다. 두 의원은 40대로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이다. 문 의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엔 '옷 로비 의혹사건'의 특별수사관을 지냈다.

신용호.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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